김윤관 지역부
 
김윤관 기자


남해-여수 해저터널 공사는 발주청의 관리·감독 부실로 인해 당초 약속했던 조기 개통은 결국 무산됐고, 시공사만 이익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정감사에 따르면, 시공사는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당시 고성능 특수장비를 투입해 13개월 조기 개통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 약속은 높은 평가 점수를 받으며 낙찰의 핵심 근거가 됐다. 그러나 실제 설계·시공 단계에서는 이 계획이 폐기되고 일반 장비로 대체됐다. 그 결과 개통 시점은 당초 2029년 11월에서 2030년 8월로 지연됐으며, 시공사는 특수장비 미투입으로 약 170억 원의 공사비를 절감했다. 이익은 고스란히 시공사 몫으로 돌아갔다.

터널 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암석 처리도 문제였다. 기본설계 당시에는 매각 수익을 발주청이 관리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시설계 단계에서 축소·변경돼 시공사가 직접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약 29억 원의 간접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발주청은 이를 제어하지 않았다. 특히 시공 단계가 아니라 설계 검토 단계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를 걸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부산국토청 간부가 “기본설계대로 관리할 것”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시공사 요구를 그대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히 감독기관의 책임 방기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결국 조기 개통이라는 공익적 효과는 사라지고, 시공사 이익만 보장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경이 아니라, 사업 목적을 외면한 감독기관의 태도이자 책임 회피다. 조기 개통은 지역민에게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권 확장과 지역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그러나 발주청은 시공사의 요구 앞에서 공공성을 지켜내지 못했다. 관리·감독의 책임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공공사업의 본질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 의무를 방기한다면 그 행위는 행정의 실수를 넘어선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총연장 7.3㎞, 사업비 67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이다. 완공되면 교통망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영호남을 잇는 교류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는 공공사업의 관리·감독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행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남해-여수 해저터널 조기 개통 무산은 단순한 부실 행정이 아니라, 명백한 직무 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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