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지역부
 
정영식 기자


하동군 보건의료원 건립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초 하동군의회는 제1회 추경 심의에서 무려 121억 원을 삭감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보건의료원 관련 예산이었다. 예산 삭감은 의회의 권한이지만,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하동군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진주·사천·광양 등으로 이송해야 하는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다.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군민의 생명을 두고 촌각을 다퉈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방안이 보건의료원 건립이다. 사업 논의 초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긴 했으나, 군민 다수의 지지와 공감 속에 추진 동력을 얻어왔다.

그런데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사업은 제동이 걸렸다. 특히 국비가 포함된 사업까지 잘려 나가면서 행정적으로는 ‘월권’ 논란이, 지역사회에서는 “군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정치적 볼모잡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군수와 군의원간 해묵은 갈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소통을 통한 협치 회복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뜨거운 논란과 지적에도 의회는 여지껏 묵묵부답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천호 국회의원이 보건의료원 건립을 위한 특별교부세 확보 소식을 전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 했던 논란이 재부상하는 양상이다. 한쪽에서는 어렵게 예산을 따오고, 다른 한쪽은 이미 확보된 예산마저 삭감하는 기이하고 모순된 상황이 불러온 현상이다.

하동군 내에서는 후속 추경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다.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비 반영만으로도 후속 추경 필요성은 넉넉히 인정되는 분위기다. 1회 추경 이후 의회와의 갈등 국면에서 신중했던 집행부내 공기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후속 추경이 현실화되면 보건의료원 관련 예산이 다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다시 공은 군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군민들은 1회 추경 이후 의회의 일방적 ‘칼질’이 아닌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한 명분 있는 결론 도출을 요구해 왔다.

차기 추경에서 보건의료원 예산이 다시 상정될 경우, 군의회가 어떤 태도와 논리로 결정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사다. 군민의 눈과 귀가 군의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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