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지역부
 
배창일 기자


거제시 등록 외국인 수는 2015년 1만 5501명에서 2021년 5404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올해 3월 기준 다시 1만 5378명으로 급증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노동자 수 역시 2015년 5467명에서 올해 3월 기준 9732명으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자 유형별로 살펴보면 2015년 E-9(비전문취업) 비자는 전체의 32%를 차지했고, 2025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2015년 4% 수준에 불과했던 E-7(특정활동) 비자는 올해 31%까지 증가하며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총 47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기술 경쟁력 확보 덕분에 올해 역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거제 지역경기는 여전히 바닥이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은 지 오래고, 도심에는 빈 점포들이 즐비하다. “지역 조선소는 호황인데 지역 경제는 오히려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용의 이중구조 고착화’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만들어 낸 거제지역의 현실이다.

실제 조선소의 배 조립, 용접, 도장 등 주요 공정은 상당수 협력업체 소속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조선업 일선 현장은 한국 청년들로부터 외면 받고, 그 자리는 외국인 인력이 메우고 있어 당분간 거제지역 조선소 내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와 내국인 기피 현상으로 숙련 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충원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인력 수급 해소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람’이고, 기술 전수와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내국인 중심의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익을 쫓는 집단이다. 제품가격 경쟁력은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내국인 채용확대를 외면하도록 한다. 때문에 내국인 노동자가 다시 조선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역 정치권의 외침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는 현실 속에서 거제 지역경기는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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