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경남에서는 벼 전체 재배 면적 중 상당한 규모에서 벼 깨씨무늬병 피해가 발생했다.
병은 벼알에까지 반점이 번져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재해로 인정할 만큼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또한,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벼멸구가 대량으로 발생해 피해가 급증하는 등, 기후 변화는 병해충의 세대 단축과 밀도 증가를 부추겨 방제 시기를 놓치게 만들고 있다.
가을 배추 무름병이나 단감 탄저병 확산 역시 이상기후와 관련 깊다. 여름철 이상 고온과 이어진 가을철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은 과습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배추의 무름병과 같은 곰팡이병 발생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김장철 수급 불안감까지 높이는 실정이다. 남해, 창녕 등 마늘의 주산지에서는 해마다 ‘벌마늘’ 피해가 반복된다. 마늘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쪽이 여러 개로 벌어져 상품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벌마늘은 주로 생육 후기 고온다습한 환경과 잦은 강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같은 지역의 피해는 기후 위기가 농업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황의 불확실성은 곧 농가 소득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농촌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제 기후 변화를 자연재해가 아닌 상수 영역으로 일상적인 위험으로 인식해야 한다. 재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병해충 예찰 시스템 고도화 등 기술적 토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피해 농가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넘어,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농업 재해 보험 및 지원 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제도적 노력이 절실하다. 경남을 물론 전국의 식탁을 지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