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지역부
 
정영식 기자


하동군과 하동군의회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없다. 올해만 성과시상금 조례, 1회 추경 삭감, 군수와 특정 의원 간 사법 공방 등 갈등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여 전 하승철 군수가 ‘정책 소통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의회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하 군수의 재요청 끝에 의회가 내놓은 답은 “12월 정례회 이후 대화 테이블을 갖겠다”는 한 줄이다.

하 군수는 간담회를 통해 1회 추경에서 막힌 보건의료원 등 현안을 풀고, 나아가 남해군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으로 커진 하동군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일부의 소극적 정책 대응 비판을 ‘의회 협의를 전제로 한 민생지원금 80억 원 지급’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의회는 군수와의 가뜩이나 불편한 관계 속에서 대화 참여 자체가 군수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의회 주도의 기본소득 조례를 추진할 당시 집행부가 보여온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기본소득을 대화 의제로 내세우는 군수의 대화 제안을 두고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기류도 읽힌다. 선뜻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정치적 이해 득실이 더욱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군수라는 단일 의사결정자와 다수 의견 기반의 의회라는 권한 구조의 차이도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 공·사적 영역에서 갈등이 반복된 탓에 일부 의원들은 ‘대화에 응하는 것 자체’를 정책 수용이나 양보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 대화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위험 회피적 판단을 내리게 한다.

결국 서로 다른 권한 구조와 정치적 함의, 각자의 정치적 계산이 맞물려 대화의 첫걸음이 고차방정식처럼 꼬여버린 상태다.

그러나 정책 소통 지연의 피해는 결국 군민의 몫이다. 이런 때일수록 ‘작은 성공의 경험’이 필요하다. 정치적 의제가 섞인 사안과 순수 민생 의제를 분리해, 소규모 정책 협의부터 시작해 신뢰를 축적하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은 어떤가.

간담회는 의회 의결과 달리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만큼, 의회가 스스로 그 성격과 범위를 분명히 하여 정치적 부담을 줄인 ‘정책 소통의 장’으로 삼는 것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 이견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소통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집행부는 의회의 ‘정례회 이후 협의’ 입장을 두고 협의의 시점이 중요한데 이같은 의회 입장은 온당치 않다며 제안을 거둬들이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막혀 있는 군정 난맥을 풀 기회조차 사라질 위기다.

의회가 제안된 의제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라면 일면 납득할 만한 여지가 있겠으나 “당초예산 심의를 앞두고 간담회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대화를 미루겠다는 의회의 태도는 제안된 의제를 정책적으로 다룰 역량도, 대화에 응할 자신도 없음을 드러내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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