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스스로 자치권 되찾아야 한다
지방이스스로 자치권 되찾아야 한다
  • 정영효
  • 승인 201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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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창원총국 취재부장)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의 예산 부담분을 놓고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중이다. 중앙정부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만큼 전액 국비로 추진해야 한다며 전국 16개 시·도가 지방정부 부담분에 대한 추경편성을 거부했다.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고 지방정부에 행·재정적 의무를 부과할 경우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횡포에도 20년 동안 줄곧 끌려다니던 지방정부가 참다 못해 처음으로 행동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지방정부 전체가 협심해서 싸우고 있다. 이번 싸움판의 결과는 향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이 독립체가 될 지, 아니면 종속체로서 그대로 지속될 지 이번 결과에 달렸다.



더 나약하고 유약한 존재 전락



지방자치제가 부활, 시행된지 만 20년을 넘겼다. 지방자치가 비로소 갓을 쓴다는 약관(弱冠)의 나이를 맞았다. 갓을 쓴다는 것은 어른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질 줄 아는 독립체인 것이다. 그런데 성년의 나이를 넘겼음에도 지방자치는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영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보살핌이 없으면 그대로 고사하고 마는 무능력한 존재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지방은 자립·독립하고자 하는 능력이 오히려 퇴화됐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전보다 더 의존적이고, 종속화됐으며 살림살이는 더 가난해졌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06년에는 평균 54.4%였으나 지금은 51.9%로 더 낮아졌다. 중앙정부에서 보조나 지원이 없으면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부도성 지방정부가 절반을 넘고 있다. 특히 부도성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년 동안 지방은 더 나약해지고 유약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무능력한 존재로까지 추락한 데에는 중앙정부의 탓도 크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탓 또한 이에 못지않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됐음에도 중앙은 재원과 권한 모두를 틀어쥐고 있다. 행정사무를 보면 중앙과 지방간 업무비중이 8 대 2다. 그나마 지방이 가지고 있는 권한도 중앙의 보조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지방이 중앙의 승인, 인·허가가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재정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현행 조세체계는 국세 위주로 돼 있다. 지방재정의 근원적인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이다. 지방재정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갈수록 지방세 비중이 낮아지는데 있다. 지방세 비율이 2003년 24%에서 2011년 21%로 더 낮아졌다. 근본적으로 지방이 자립·독립할 수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지방은 중앙의 횡포에도 저항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불이익을 받아도 중앙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눈 밖에 나면 더 비참해지기에 중앙에 굽실거려야 하는 것이 지금 지방의 현주소다. 무시를 당해도 말을 못하고, 행동에는 더욱 더 나서지 못한다. 지금의 지방의 처지는 지방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저항의식도 없이 수동적으로만 행동해 온 결과이지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지방 전체가 합심하면 가능



원래 인사권, 인·허가권, 조세권 등 자치권은 지방에 있었다. 그런데 중앙집권국가가 성립되면서 중앙이 지방의 자치권을 빼앗아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방의 자치권을 놓고 중앙은 빼앗기 위해, 지방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로 치열한 투쟁을 벌여 왔다. 중앙이 승리, 빼앗은 전리품이다. 과거 패권국가시대에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주의가 대세였다. 그러나 지금 다원화·세계화·개방화되고 있는 시대에는 지방자치가 대세이다. 중앙이 스스로 재원과 권한을 내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지방이 스스로 자치권을 되찾아야 한다. 자치권을 되찾는 투쟁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지방 전체가 합심하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자치권은 결코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 20년 동안의 경험은 이같은 사실을 알게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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