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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단] [경일시단] 마지막 고스톱(이영식)
[경일시단] 마지막 고스톱(이영식)청홍단 꽃 시절 다 지나가고어머니 깡마른 손등의 핏줄저승 문턱에 닿은 듯 가늘고 희미하다이번 생에 받았던 패는 별게 아니었는지쥐었던 화투장 줄줄 흘리면서흑싸리에 홍싸리를 붙여 먹어간다어머니 손에 든 놈 넘겨다보고짝 맞
경남일보   2017-08-20
[경일시단] [경일시단]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박지웅 시인)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박지웅 시인)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배짱 한번 두둑하다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도
경남일보   2017-08-06
[경일시단] [경일시단]저것은 꽃이 아니다(조용미)
저것은 꽃이 아니다(조용미)팔월의 땡볕 아래쉰 냄새를 내며 타오르는 도로변의축 늘어진 칸나의 무리들코피를 뚝뚝 쏟으며서 있는 저것들은꽃이 아니다꽃잎을 태우며불볕을 마주 빨아들이고 있다아스팔트가 물컹 녹아내린다좌석버스가 신호를 기다린다자기 모습을 오래
경남일보   2017-07-23
[경일시단] [경일시단] 그림자(조정이)
[경일시단] 그림자(조정이) 구름을 건너 갔다백일홍꽃으로 돌아왔을 것이다열꽃으로 눈 멀어발자국 땅에 내리지 못한 채,뒷골 너드랑 돌밭으로떠난 아이가구름 계단을 기어오르다젖 냄새 쫓아마른 벼락을 따라왔을 것이다젖은 솜털을 꿈틀거리며여름 내 내햇살 도는
경남일보   2017-07-09
[경일시단] [경일시단] 찻물의 내변內辨(김혜천)
[경일시단] 찻물의 내변內辨(김혜천)투명한 유리 주전자에물 한 사발 푸른 불꽃 위에 올린다해안蟹眼-하안蝦眼-어목魚目-연주連珠-용천慂泉-등파고랑騰波鼓浪-세우細雨게의 눈알 만하게 바닥에 들러붙은 물의 꿈바닥을 딛고 떠올라 새우의 눈을 뜨고 세상을 엿본다점
경남일보   2017-06-25
[경일시단] [경일시단] 얼굴 (이산 시인)
얼굴 (이 산 시인)숲으로 갔다완성되지 않은 얼굴에눈썹을 그려 넣어주었다기우(杞憂)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수시로 지워지는 얼굴은서로떠올려 주어야 한다늦은 밤, 문자가 왔다멀리 와 버린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쓴 멍 자국이다너를 오래오래 지우지 말아야 할
경남일보   2017-06-11
[경일시단] [경일시단] 새우등꽃 꽃잔치(최영준)
[경일시단] 새우등꽃 꽃잔치(최영준) 유리 수족관 속, 새로 들여온 새우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잠들어 있다 품종이 달라선가 모양새도 각각이다 색유리에 불빛이 번지면 꽃모양이 되는 것만 똑같다그날 밤, 나는 보았다 도시의 수족관에 모여든 새우들이 여기저
경남일보   2017-05-28
[경일시단] [경일시단] 소금(주강홍)
[경일시단] 소금(주강홍)맨발이었다사막을 혼자 걸어 나왔다초승달을 걸머지고 별을 점치며폭풍의 모래 언덕을 넘었다야르딘은 더 이상 마법을 걸지 못했고신기루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바람일 뿐 이었다피 맛을 아는 전갈은 비틀어진 발뒤꿈치를 노렸고늙은
경남일보   2017-05-14
[경일시단] [경일시단] 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누구에겐가 잘못하고절하는 밤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일깨운다
경남일보   2017-04-30
[경일시단] [경일시단]나비 여행(박우담)
[경일시단]나비 여행(박우담)나비의 길은 곡선이다.선과 선은 짧게 때론 길게 맥박의 떨림처럼신은 인간을 빚을 때 꿈을 불어 넣었다.인간들이 꿈길을 통해 흙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영혼이 육신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는 시간나비가 밤의 악장을 관통하며 비뚤비
경남일보   2017-04-15
[경일시단] [경일시단] 나무경전(김일태)
[경일시단] 나무경전(김일태) 나무가 수행자처럼 길을 가지 않는 것은제 스스로가 수많은 길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날지 않아도 하늘의 일을 아는 것은제 안에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나무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침묵한다 말 하지마라묵언으로 통하는 나무의
경남일보   2017-03-26
[경일시단] 역-달맞이 꽃(이영자)
역-달맞이 꽃(이영자) 철없이 어린 것 나그네길 나서니그렁그렁 넘치는 이슬 눈동자에 담고서는기다릴게너 돌아올 그때까지 여기서-역까지 따라나와서막막한 앞을 밝혀주던 그가세상 길목 이리저리 헤매다해질녘에 돌아서는 고향역 마당가에서여기야!여기!오래되어 낯설
경남일보   2017-03-05
[경일시단] [경일시단] 돌 쌓기(정승렬)
[경일시단] 돌 쌓기(정승렬)너무 둥근 돌은 쓸모가 없다잘생긴 괴석도 버려야 한다좀 못 생겨도아랫돌을 잘 받치고윗돌을 괴일 수 있는 품새라야쓸모가 있는 돌이다쌓이고 싸이려면 모양새도 이웃과 맞추어야 한다그래야 함께 높이 높이 탑(塔)을 이루고시간을 멈
경남일보   2017-02-26
[경일시단] [경일시단] 엄마라는 우물 (윤덕점 시인)
며느리가 부엌으로 나가 쌀을 씻네나는 잠든 손주 곁에 누워 며느리를 보네손에 물도 안 묻히고 자랐다는 저 아이여자의 우물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차 있을까어미가 된 후깊은 잠에 빠졌다가도 눈 감고 젖을 물리네까무룩 잠에 빠져들며작은 몸을 타고 흐르는 모
김귀현   2017-02-12
[경일시단] [경일시단] 티눈(박일만)
[경일시단] 티눈(박일만)균형을 거부하며 수평을 포기한다중심을 찾아 헤매던 세포가내 발바닥에 와서생을 통째로 뒤뚱거리게 한다백발이 물드는 나이 탓도 있겠으나아직 둘러보아야할 산천이 많은데느닷없이 찾아와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댄다가던 길이 자꾸 휘청거릴
경남일보   2017-01-15
[경일시단] [경일시단] 난간공사 (주강홍)
[경일시단] 난간공사 (주강홍)다다름의 경계는 늘 위험한 것이어서잔해의 비명을 쌓아가며튼튼한 쇠기둥을 차례로 박습니다.찰나의 발목을 잡고내려박는 망치의 마찰음이벼랑위에 꽂일 때마다철심은 잔금들을 키워가며 깊숙이 파고듭니다.울림이 맞닿는 곳의저 견고의
경남일보   2016-12-26
[경일시단] [경일시단] 황태(송태한)
[경일시단] 황태(송태한)숲이 쥐 죽은 듯 동면에 들 때나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가진 것 없는 알몸에눈 속에 엎드려 숨을 고르고덕장 사이로 얼었다 녹은 살점깃발인 양 나부낀다추억은 혹한에 뼛속까지 얼어붙고못다 한 사랑도 살결이 터서나무지게 발채 같은
경남일보   2016-12-11
[경일시단] [경일시단] 팽이(최문자)
[경일시단] 팽이(최문자)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팽이 치러 나오세요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심장을 퍽퍽 갈기세요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뺨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이게,선 줄
경남일보   2016-11-23
[경일시단] [경일시단] 환경미화원(이광석 시인)
환경미화원 (이광석 시인)새벽 골목길에 쓰레기가 쓰러져 있다누구 하나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톨이 미아지나는 바람들이 슬쩍 발을 건다두어 바퀴 구르더니 기우뚱 다시 눕는다얼마나 많은 어둠이 예서 헛발질을하고 갔을까새벽보다 먼저 출근한 환경미화원 강씨.제
김귀현   2016-11-13
[경일시단] [경일시단] 그네 (문동만 시인)
[경일시단] 그네 (문동만 시인)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그 사람처럼 흔들린다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경남일보   201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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