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 김창원씨의 '한국인 인생'
마라토너 김창원씨의 '한국인 인생'
  • 임명진
  • 승인 2012.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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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차 온 한국서 난민 지위 얻고 국적까지 취득
매년 6월20일은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이다. 전쟁과 박해로 고국을 떠나 세계를 떠돌면서 고통 받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다.

“마라톤을 통해 한국을 배웠어요. 언제나 열심히 생활하는 그런 한국 사람이 되고 싶어요.”

버진고 도나티엔(34)씨.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하는 그의 한국 이름은 김창원이다. 창원 김 씨의 시조가 돼 열심히 살겠다는 의미로 지은 한국 이름 ‘김창원’.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룬디 출신인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씨 중 하나인 김 씨 성을 가지며 한국인으로 새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는 잊고 싶은 전쟁의 상처가 있다. 내전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다. 2003년 8월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육상경기 대회에 부룬디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처음 왔다가 고국의 내전 상황이 더 악화되자 그는 결국 귀국하지 못하고 난민신청을 했다.

몇 번의 체류연장과 우여곡절 끝에 2005년 6월 간신히 난민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았다. 난민을 바라보는 정부도 국민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런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참아내며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다. 마라톤은 돌파구였다.

“마라톤을 하면 외로움이 있어도 잊을 수 있으니깐,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서 하게 돼요.”

매일 같이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다 보면 낯선 타지생활에서의 외로움도 차가운 시선도 모두 훌훌 벗어 던 질수 있었다.

2004년부터 국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창원 씨는 여러 대회에 참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친듯이 달렸다. 마라톤은 그런 그를 (주)현대위아로 이끌었다. 한 마라톤 대회에서 만난 (주)현대위아 마라톤동호회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창원 씨는 2005년 현대위아 직원으로 입사했다.

2시간 18분 39초의 최고기록을 보유한 창원 씨는 지난해는 동아마라톤대회, 경주마라톤대회 등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국내 아마추어 마라토너 사이에서는 최강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2010년 창원 씨는 귀화 시험에 합격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경남대학교 경영학부 3학년으로 편입해 못 다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올 해 창원 씨는 그토록 바라던 졸업 학사모를 썼다. 부룬디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창원 씨는 국제무역에 종사하는 게 꿈이다. 경남대 대학원 과정(경영학과)에 진학해 꿈을 실현하고 있다.

직장과 학업, 마라톤까지, 빠듯한 일과이지만 창원 씨는 한 번도 강의를 빠져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마라톤이 있기 때문에 김창원도 있는 것 같아요.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쉼 없는 도전에 나선 ‘한국인 김창원’. 오늘도 그는 꿈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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