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행'의 조건
'착한 여행'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12.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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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관광패턴의 변화는 관광에 대한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수년 내에 새로이 등장한 여행은 이른바 ‘착한 여행’이라 불리는 ‘공정여행(fare tourism)’이다. 기존의 관광은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유명관광지를 대충 훑어 보는 ‘먹고 마시는 여행’인 패키지 관광이 주된 여행시장이었다. 하지만 종래의 여행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관광 소비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광 소비자들은 대량소비 행태의 패키지 관광의 폐해가 커지면서 ‘착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른바 착한 여행이라 불리는 공정여행은 소통과 나눔의 사회를 지향하는 새로운 여행트렌드이다. 착한 여행은 현지의 생활 속에 들어가 문화를 느끼고, 여행객이 쓴 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며, 환경오염은 최소화하는 관광이다. 앞으로 이러한 여행트렌드는 관광소비의 평등실천과 관광체험의 가치 속에서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여행트렌드 착한 여행

관광이 주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효과는 공정하지 않아 이율배반적이기 일쑤이다. 관광의 불공정은 관광객의 욕구충족이 우선이고 현지주민의 복지는 뒷전인 불평등을 낳기 쉬운 관광의 구조에서 온다. 관광의 일반적인 패턴은 주로 부유한 나라나 지역에서 가난한 곳을 방문하여 그곳의 자연과 문화를 소비하는 관계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개가 현지의 삶을 관광소비에 종속시키고, 지역주민은 관광 생산물로 전락시키고 만다.

지역주민이 생산물로 전락시킨 관광은 관광지 주민들이 자기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반면에 관광객의 복지가 우선이며 관광객들은 관광 천국을 추구하고 즐긴다. 그러한 구조로는 여전히 유명 관광지는 관광객으로 넘쳐 나지만 지역주민은 여전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

여행의 불공정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체험관광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적극적인 체험관광은 대량 패키지 관광에 염증을 느낀 관광객들이 오지나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모험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은 안나푸루나와 같은 히말라야 트레킹지역이나 필리핀·라오스와 같은 원주민 지역을 주로 방문한다. 작년 한 해만 해도 히말라야를 찾은 트레킹 여행자는 50만 명이 넘었고, 오지를 찾는 관광객도 계속 증가추세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우 대개 일주일 정도 해발고도를 높이면서 목적 산행을 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그때 관광객들은 적은 일당을 주고 현지주민을 짐꾼으로 고용해 동반여정을 갖는다. 동반 여정동안 관광객들은 무거운 짐을 현지주민에게 맡기고 나홀로 등정을 즐겨왔다. 돈을 주고 짐꾼을 고용했으니 당연한 여행방식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지민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고된 일정을 소화해야만 먹고살아 갈 수 있었다.

불편하지만 즐거운 여행

시간이 지나면서 동반여정 중에 있는 여행자들은 무거운 짐을 현지민에게 맡기고 심리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여행 동안 현지주민과 친구처럼 지내게 되면서 더 이상 트레킹을 즐거운 여행으로 이끌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공정하게 짐을 나누어 쓰레기도 되가져오자는 운동도 함께 일어났다.

물론 ‘착한 여행’ 중의 소비는 현지의 마을주민의 집에서 자고, 지역 농산물로 지은 밥을 먹고,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의 소비 중심부에 있는 관광객들이 더 이상 가난한 현지 주민들이 살아가는 주변부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곧 나눔과 평등을 실천하는 여행자의 소비가 ‘착한 여행’의 조건이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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