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일(창원 마산합포구청장)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12 런던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6개 종목에서 경기를 펼친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 출전 선수들은 스포츠를 통한 ‘최고의 감동’을 연출했다. 지난 8월 11일 새벽에는 한·일전이자 이번 대회 축구 3~4위 전에서 동매달을 거머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지냈다. 국민들은 원정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내 경기장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결승지점을 300야드(약 270m)를 앞둔 지점에서 다리가 풀려 쓰러졌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머리와 팔다리를 흔들거리면서 트랙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관중들은 흥분하여 ‘노(No)'를 외쳤고 잠시 주춤하다가 주위를 살핀 도란도는 방향을 바꾸어 걷더니 얼마 못 가서 허물어지듯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당시의 상황을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전했다. “그는 경주로를 따라 마치 꿈을 꾸는 사람처럼 발을 놀렸다. 그의 발걸음은 걷는 것도 아니었고 달리는 것도 아니었다. 허우적댈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도란도 선수는 너무나 지치고 탈진한 상태였다.
진정한 노력은 하늘도 감동시킨다고 했던가. 관중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도란도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외쳤다. 게다가 뒤따르던 선수가 달려오는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본부석에서 선수를 부축해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이렇게 해서 경기임원 둘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부축을 받아서 마침내 골인한다.
역사가들은 도란도 선수가 탈진한 데에는 영국 왕실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원래 마라톤 거리는 40㎞ 안팎이었는데,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2.195㎞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알렉산드라 왕비가 아이들과 함께 마라톤 출발장면을 보고 싶다고 해서 출발지점이 윈저궁 왕실 육아실 창 아래로 바뀌는 바람에 거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40㎞에 맞춰서 연습했을 도란도 선수가 결승선을 앞두고 기진맥진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영국 왕실에서는 금으로 만든 트로피를 따로 제작해서 도란도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 후 마라톤 거리는 16년 동안의 논란을 거듭한 끝에 1924년 파리올림픽부터 42.195㎞로 표준 경기거리를 공식 확정했다. 그리고 도란도 선수와 존 하예스 선수는 올림픽 후에 두 차례 더 대결을 펼쳤고 모두 도란도 선수가 승리했다.
일찍이 조정래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라고.
올림픽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해 국위를 선양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낸 전사들의 도전과 열정의 배경에는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들의 장한 투지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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