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술 한말에 시 백편이 나온다.’ 두보와 더불어 시선(詩仙)으로 불린 중국의 최고 시인으로 칭송되는 이태백은 술을 그렇게 찬양하였다. 근심을 쓸어내는 빗자루로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마법의 술. 사람에게의 술 찬양은 한량이 없다. 당연히 부정적 격언도 천지다. 알코올 섭취는 엔진에 모래를 넣는 것으로 비유하는 말도 있고, 술잔에 빠져 죽는 사람이 강과 바다에 익사하는 그것보다 많다는 격언도 있다. 적당히 마시면 윤활유처럼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술이 그 정도를 넘겨 사회악의 온상이 되고 있다. 술 취한 행동에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 문화를 혁파해야 한다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정도 넘긴 음주는 사회악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강도, 강간 등 5대 강력범죄의 3할 정도가 음주에서 기인되었고 특히 살인사건의 경우 40%에 육박한단다. 그뿐 아니라 술 먹고 난동을 피우는 등의 경범죄까지 보태면 음주관련 범죄가 한 해 10만건 이상이라는 통계도 잡혀 있다. 과음으로 야기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좀 가볍게 내리는 이른바 ‘주취경감’도 관행화돼 있다. 과도하게 마시는 술이 심각한 사회병리로 골머리를 앓는다. 도처에서 발생하는 각양의 성희롱도 상당부분 음주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실상도 음주습관 개선의 절박성을 더하고 있다.
국회에 만취자에 대해 일정한 치료목적의 병원이송 근거를 마련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경찰관 혹은 119 구급대원은 과음으로 심신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있거나 자해 또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주취자를 정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습관성 만취자는 폭력 등 범죄를 야기할 우려가 높고, 역설적으로 행동에 허점이 노출돼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취자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도 스며 있다. 술을 먹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기물을 파괴하는 주폭을 형사 입건해 유치장에 감호하는 지금의 경우에 더하여 상습 주취자를 위한 근원적 재활치료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도 있다.
술 문화 개선 없이는 일류국가 불가능
이 법안 발의를 계기로 일탈된 음주문화를 제대로 잡는 논의가 더 활발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명백한 질병이다.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돼야 한다.‘술 취한 행동이니 봐 준다’는 악습의 고리는 끊겨야 한다. 우리가 지향할 일류국가에는 그러한 잔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배워야 할 선진국에는 그런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대부분의 각 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은 현행범으로 검거한다. 영국에서의 유사한 혐의에 대한 처벌은 36시간 동안 경찰 유치장에 가둬 인신을 구속하고 병원 응급실에서의 주취자를 수갑까지 채울 수 있도록 공권력을 부여한다. 취중 난동에 대한 엄격한 벌칙은 더 많은 선량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고 담보한다는 취지의 발로일 것이다. 적절히 마시도록 우리도 좀 더 따져봐야 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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