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주자
'학교폭력' 근절,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주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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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명 (하동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날의 교실은 꿈과 희망이 담긴 떠들썩한 소리로 시작하였다. 선생님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선생님 오신다’는 누군가의 신호로 교실은 조용해지면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 교실은 떠들썩한 소리가 마음 편치 않은 곳으로 되어 버렸다. 선생님을 놀리고 째려보고, 잠자는 것은 다반사고 화장까지 한다. 이런 학생들의 행동을 방치할 수 없어 어떤 제재라도 가하면 학생은 물론 일부이긴 하나 학부모까지 선생님을 욕하고 폭행하는 게 교실의 현주소다.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TV, 가정, 지역사회, 심지어 국회에서까지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보고 성장한 아이들이 폭력을 거리낌 없이 재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IT 발달로 교실 밖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따돌림, 폭력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현장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선생님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으니 교실에는 방관자적 교육이 될 수 있는 분위기가 깔려 있고,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돼 안타까울 뿐이다.

휴일을 오직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숨은 노력은 주목받지 못하고 학교폭력, 따돌림 등으로 좋지 않은 내용들이 전체인 것처럼 포장되면서 교단은 힘을 잃고 있다.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언론보도와 상급기관의 확인, 감사 등으로 에너지는 소모된다. 또 피해학생은 물론 가해학생과 그 주변인들까지 자기만의 주장으로 선생님들을 대하면서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는 권리는 있고 책임은 없는 사회풍조가 교실에까지 밀려온 것이다. 따라서 힘 잃은 선생님들은 적극 대응하기보다 쉬쉬하며 지내다가 죄인처럼 짓밟히고 만다. 이와 같이 학교가 흔들릴 때 선생님에게 열정과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저 우리 반 아이들은 이런저런 일들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라고 마음 졸이는 선생님이 늘고 있을 따름이다.

학교폭력으로 논란을 빚은 담임선생님을 처벌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선생님을 방조범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처방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 처방은 아니다. 더구나 현장의 생활지도 위축과 교원의 사기저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선생님의 역할이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선생님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권위를 찾아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조치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해학생을 처벌하고 피해학생을 치료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현장에서 예방을 위한 사전교육과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학생들 간의 감성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선생님에게 주어진 진정한 몫이다. 그동안 수차례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수립·시행되었지만 더욱 심각해진 이유는 학교현장의 인성교육 실천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임에도 그 중심에 서 있는 선생님을 폄하(貶下)하고 개혁의 주최로 몰아세웠다. 또한 장기간의 해법보다는 하나의 현상을 억제하는 대책과 어떤 정책의 성과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될 뿐이다. 특히 학교폭력은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나서야 되겠지만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은 교실의 선생님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학생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는 선생님이 학생 주위를 오가면서 개인에 대한 느낌과 안목을 가지고,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인성과 교실문화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직사회도 시대흐름에 맞는 새로운 교사상과 열정, 자긍심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전문성 향상과 교육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야 교권확립과 스승공경 풍토가 조성된다는 스스로의 다짐도 필요하다.

학교의 어떤 문제도 선생님의 인간적이고 교육적인 접근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제 학교폭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은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학교풍토를 조성해 주는 것이다. 편안하고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선생님들에게 힘을 한번 실어줘 보자.

특별기고=최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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