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수(數)의 상징
<이준의 역학이야기> 수(數)의 상징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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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9)를 조심하라”, “아홉수에 죽었네”. 숫자에 대한 속설 중 아홉수에 관한 말들이 많다. 사실 아무 근거도 없으나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무심코 탄식조로 이런 소리를 내뱉는다. 하지만 가만히 헤아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아홉 살의 의미가 없지 않기는 하다. 아홉 살이 지나면 바로 10대가 된다. 열아홉 살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상 아주 중요한 고3이 된다. 품성과 자질과 능력보다 학력과 학벌이 더 선호되고 중시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열아홉은 인생의 향배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고비이다. 지금은 다소 늦어진 풍조이기는 하지만 스물아홉은 결혼적령기의 여인들에게 있어서 노처녀 여부로 인식되는 기준점이며, 서른아홉은 중년의 나이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마흔 아홉은 인간의 지식을 초월하여 하늘의 뜻을 헤아려야 하는 나이이며, 쉰아홉은 인생을 마무리하여야 할 연배이다. 예순 아홉은 세상의 일을 정리하며, 일흔 아홉은 삶을 마무리하며 귀천(歸天)하는 고종명(考終命)의 시기이다. 이번 주는 수리의 상징적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상살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상(象), 수(數), 리(理), 점(占)으로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중에서 수리(數理)는 다른 것을 이해하는 주요한 열쇠이다. 과학 수학 사회학 인문학 등 세상의 모든 학문은 모두 리(理)에 관한 것이다. 수리란 하늘과 땅의 수, 하도와 낙서의 수, 서죽점의 수를 모두 포함한다. 주역의 수리에 2진법, 10진법, 집합, 행렬조합, 집합적 행렬개념, 확률개념, 선형·비선형원리 등 현대 수학적 개념들도 다소 들어 있다. 그러나 주역은 평이한 10진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십진법으로써 자연현상, 사회현상, 미래의 일, 개인의 태도와 운명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려 한다. 따라서 주역의 10진법은 계량(計量)적 측면뿐만 아니라 의미론적 상징체계에서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10진법의 수는 1, 2, 3, 4, 5, 6, 7, 8, 9, 10이다. 11·21·31·111·1111···등은 1과 같다. 12·22·32·112·1112···등은 2와 같다. 따라서 그 이상의 자연수의 전개는 반복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본다. 1,2,3,4,5,6,7,8,9,10으로 세어 나가는 것을 순조롭게 센다고 하여 순(順)이라고 하고, 이는 팽창과 확산의 의미가 있다. 추상적 이론, 뜻, 의지, 이념, 구상, 계획과 기획, 시간, 하늘의 운행을 나타낸다. 10,9,8,7,6,5,4,3,2,1로 세어 들어오는 것을 거꾸로 센다고 하여 역(逆)이라 하고, 이는 수렴과 응결의 의미가 있다. 실천, 현실, 세상사, 땅, 공간, 결실 등의 의미가 있다. 10진법에서 홀수는 1·3·5·7·9이며, 짝수는 2·4·6·8·10이다. 전개되는 순서는 홀수·짝수의 순서이다. 홀수가 먼저오고, 짝수가 뒤에 온다. 홀수를 양(陽)의 수라 하고, 짝수를 음(陰)의 수라 한다. 홀수는 하늘이고 짝수는 땅이다. 하늘로부터 지구와 별과 달과 해가 생겼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진다.

현대수학에서 영(0)보다 작은 마이너스(-) 수를 음수(陰數)라고 하지만 역(易)에서는 짝수를 음의 수라 한다. 홀수는 적극적이어서 먼저 오고, 그 적극이 지나치게 됨을 예방하면서 부드러운 짝수인 음의 수가 반드시 뒤따라와 양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음에서 더 큰 양의 수가 나타난다. 하나의 세월이 마무리되고 또 다른 자식세대의 다른 세상이 전개된다. 이런 이치가 하늘과 땅의 자연이다. 계사전 상에 ‘1·3·5·7·9를 하늘의 수라고, 2·4·6·8·10을 땅의 수라 한다. 하늘의 수는 다섯이요, 땅의 수도 다섯이다. 다섯의 자리가 그 지위를 얻어 각각 서로 합한다. 하늘의 수를 합하면 강건한 25가 되고, 땅의 수를 합하면 후덕한 30이 되며, 하늘과 땅의 수를 합하면 55가 된다. 모두 숫자 5로 축약될 수 있다. 5는 황극(皇極)의 수이며, 중용(中庸)이고, 중심이고, 평균이며, 일상이다. 이 수가 변화를 이루며 귀신(鬼神)을 부린다. 나중에 이 다섯 자리는 5방위 또는 5행의 개념으로 진화된다.

5를 한가운데 놓아 응용하는 도판이 구궁도(九宮圖)이다. 예컨대 60갑자를 상중하의 세 가지 시간대로 구분하고, 이것을 구궁도의 틀 안에 거꾸로 들어가며 기입하여, 그 구궁도의 틀에서 당해연도의 간지를 읽어내어 그 해의 상황을 유추·해석하는 방식도 있다. 이 구궁도는 사실 팽창과 확산, 투쟁과 전쟁, 죽음과 승리의 이치를 담은 살벌한 상극의 틀이다. 상생이 아니다. 이런 술수 따위도 ‘역(易)은 역(逆)’이라는 관점에서 나왔다. 이 세상에 나타나는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라는 모든 존재의 사회적 상황이란 다만 순수와 역수가 뒤엉켜 일정한 수리체계에 따라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하나의 상(象)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수역(象數易)이다. 이 상은 어떤 한 점이 반복적으로 자기 복제를 함으로써 아주 복잡하고 현란한 특정의 모양으로 전개된다는 프랙탈(fractal)의 개념과 유사하다.

세상사에서의 성공과 실패도 하나 둘, 옳게도 세어보고 거꾸로도 헤아려 보며, 잘 계산하고, 잘 유추하고, 잘 판단하고, 잘 실천하는 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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