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기'와 그 활용의 문화
'신문 읽기'와 그 활용의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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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한 번역작가는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중에 한 줄짜리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아이디어 원천은 바로 명성을 얻고 있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 참상을 그린 책인 ‘쉰들러 리스트’를 영화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래서 그 작가는 곧바로 책을 입수해 번역작업에 들어갔고 영화 개봉에 맞춰 책을 출간했다. 다른 출판사도 영화 개봉에 맞춰 뒤늦게 책을 발간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이미 승부가 난 다음이라 별 이득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신문으로 ‘세상 읽기’

신문은 참으로 우리들에게 다양한 이득을 준다. 그것은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을 주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문화적 도구라서이다. 문화사적으로도 신문과 사람이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것을 부인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신문과 사람이 서로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은 신문지면의 ‘세상 읽기’를 통해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신문을 통해 접하는 ‘세상 읽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소식을 단순히 접하는 취향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사실상 엄청난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 읽기’가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보는 것은 우리를 정보편식에 빠지게 한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뉴스는 순발력 있는 소식전달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정보의 일과성, 정보 과잉으로 인한 사실의 혼돈과 왜곡과 같은 폐해도 많다. 그러한 자기 취향의 정보선택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편협하게 만들 우려가 더 크다.

현대인들은 ‘신문 읽기’를 통해 훨씬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들은 ‘신문 깊게 읽기’를 사건과 일의 원인과 배경을 짚어가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그 연관성 속에서 의미를 재해석하고 입체적인 시각을 얻고자 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조각난 기사들을 새롭게 만들어 자기 전문분야에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신문 읽기’를 일컬어 상상력을 만들어 주는 뇌관과 같은 것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독자들은 신문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해서 재가공하여 사용하는 창조적 지식인들인 셈이다.

이러한 전문적인 수준의 독자들은 새로운 신문을 요구한다. 독자들의 새로운 요구는 신문의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 작용한다. 최근 신문의 눈에 띄는 변화는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새로운 신문들은 일러스트레이션과 시각적인 효과를 낼 만한 기획기사를 생산하여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그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한 심층보도 기획은 신문의 뉴스 지면을 줄이고 사전에 출고된 ‘느린 뉴스’를 선택하여 그래프, 사진, 표를 이용하여 시각적인 요소를 강화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신문제작 방식은 마치 깊은 읽을거리를 가진 잡지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과 유사하다.

신문 읽기를 통한 활용법의 확산

새로운 신문의 탄생이 예고되는 배경에는 ‘신문 읽기’의 문화변동의 원리가 감춰져 있다. 수년전부터 NIE(Newspaper In Education) 프로그램이 독해력과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우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토론을 통한 사회문제의 이해, 사회이슈를 주제로 한 글쓰기와 기획안 작성 등 교육과 신문을 접목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였다. 최근에는 ‘신문 읽기’가 대학교육에서도 주요 강좌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최근 대전과 충청남도의 대학들이 다양한 신문 읽기 강좌들을 개설하여 신문 읽기의 활용법에 골몰하고 있다. 대학들이 개설한 강좌들은 인터넷과 스마트 폰에 의존하는 젊은 지성들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취득하여 분석력·창의력·논리력을 키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신문 읽기와 그 활용방법은 상호 관련이 크다. 이러한 상호 관련성은 새로운 신문 읽기와 새로운 신문제작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신문을 제대로 읽은 것은 조각난 정보를 모아 새롭게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을 생산하는 창조적인 일과 같다. 신문 제대로 읽기가 생활화된다면 자신이 경험한 세상 이상으로 상상력을 충분히 키우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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