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며칠 전 창원에는 엄청난 눈이 왔다. 그날 아내와 아내 친구랑 셋이서 눈 구경하러 뒷산에 올랐다. 벤치에 두 사람을 앉혀 놓고 발아래 꿇어서 등산화 밑에 아이젠(Eisen)을 부착해 주고 눈 산행을 정성껏 안내했다. 아내와 친구는 눈길을 오르며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마냥 신이 났다. 나중에 아내 친구가 미소를 지으며 “난생처음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산행을 했는데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이 섬김, 평생 잊지 않을게요.” 이 작은 섬김 한번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니 내 마음에는 평안이 요동쳤다.
아주 가난한 시골집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의 집 머슴살이하는 처지였지만 자식만은 공부하도록 뒷바라지 했다. 비오는 어느 날 아버지는 낮잠을 자고, 아들은 고시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칸방 천정에 비가 새서 양동이를 받쳐 놓았는데 아들이 비새는 일로 불평했다. 아버지는 자다가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아들이 찾아 나섰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방에 돌아와 보니 밖은 여전히 비가 오는데도 방안에는 비가 새지 않았다. 아들은 얼른 밖으로 나가 지붕을 살펴보았다. 지붕 위 비새는 곳에 아버지가 엎드려져 있었다. 그 일로 아들은 흐느끼면서 고시공부에 더욱 집중했고, 그리고 합격했다. 아버지의 섬김은 아들을 교육했고 그 교육에는 별다른 말이 필요치 않았다.
섬김은 어른이 먼저 본을 보여야하는 덕목이다. 섬김을 배우지 않은 아이가 어찌 섬길 수 있으랴? 지금 우리사회 전반에서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추태는 네거티브 공세, 사행성 오락, 이혼, 가정폭력, 음주운전, 성폭력, 난동과 욕설로 매스컴을 통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것들은 섬김이 아니라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사회악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해법을 섬김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섬김이야말로 진정한 리드십의 본질로서 그것을 선택한 리더는 결코 후회하는 법이 없다. 그 보상은 평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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