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이 주는 평안
섬김이 주는 평안
  • 경남일보
  • 승인 201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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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남을 섬기면 내가 평안해진다. 평안을 얻으려면 상대방의 발아래 꿇거나 엎드린 자세로 낮아져야 한다. 거기에는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에는 서로의 섬김을 찾아볼 수가 없고, 특히 이념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편 가르기도 여기에서 발단된 것이다. 이제는 화해로 승자는 패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도량이 필요하고, 또한 패자는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때 서로가 받는 보상은 평안이다. 어릴 적 친구와 싸우고 나서 화해할 때 맛보는 평안을 기억해 보자. 화해는 때가 있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강자가 약자에게, 승자가 패자에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먼저 손을 내 미는 것이 진정한 섬김이라 할 수 있겠다. 섬김의 절정은 손을 내민 자의 어깨 위에 손을 잡은 자를 올려놓는 것이다.

며칠 전 창원에는 엄청난 눈이 왔다. 그날 아내와 아내 친구랑 셋이서 눈 구경하러 뒷산에 올랐다. 벤치에 두 사람을 앉혀 놓고 발아래 꿇어서 등산화 밑에 아이젠(Eisen)을 부착해 주고 눈 산행을 정성껏 안내했다. 아내와 친구는 눈길을 오르며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마냥 신이 났다. 나중에 아내 친구가 미소를 지으며 “난생처음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산행을 했는데 오늘 너무 행복했어요! 이 섬김, 평생 잊지 않을게요.” 이 작은 섬김 한번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니 내 마음에는 평안이 요동쳤다.

아주 가난한 시골집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의 집 머슴살이하는 처지였지만 자식만은 공부하도록 뒷바라지 했다. 비오는 어느 날 아버지는 낮잠을 자고, 아들은 고시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단칸방 천정에 비가 새서 양동이를 받쳐 놓았는데 아들이 비새는 일로 불평했다. 아버지는 자다가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아들이 찾아 나섰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방에 돌아와 보니 밖은 여전히 비가 오는데도 방안에는 비가 새지 않았다. 아들은 얼른 밖으로 나가 지붕을 살펴보았다. 지붕 위 비새는 곳에 아버지가 엎드려져 있었다. 그 일로 아들은 흐느끼면서 고시공부에 더욱 집중했고, 그리고 합격했다. 아버지의 섬김은 아들을 교육했고 그 교육에는 별다른 말이 필요치 않았다.

섬김은 어른이 먼저 본을 보여야하는 덕목이다. 섬김을 배우지 않은 아이가 어찌 섬길 수 있으랴? 지금 우리사회 전반에서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추태는 네거티브 공세, 사행성 오락, 이혼, 가정폭력, 음주운전, 성폭력, 난동과 욕설로 매스컴을 통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것들은 섬김이 아니라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사회악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해법을 섬김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섬김이야말로 진정한 리드십의 본질로서 그것을 선택한 리더는 결코 후회하는 법이 없다. 그 보상은 평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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