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성찰의 큰 정치 그려내야
얼굴 성찰의 큰 정치 그려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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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인간의 사회적 삶 구성영역은 다양하다. 그런데 그 영역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두 축은 보기 좋은 외양의 인위적 조성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상상력 조장이다. 전자는 성형수술, 후자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이미지 연출을 의도하는 이미지 정치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후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인의 정견이나 입장에 기초를 둔 정치가 소멸되고, 대중적 편견의 지속적 재생산과 올바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가로막는 인식론적 장애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외모 지상주의, 또 다른 차별 만들어

외모에 대한 인식변화는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관리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외모를 중요 요소로 인식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외모에 대한 욕망은 화장이나 다이어트 등에 의한 몸의 ‘향상’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몸을 위해서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몸을 훼손·변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미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어느 사회에나 있어 왔다.

하지만 그런 미의 기준에 다가가기 위해 이처럼 치열하게 자신의 몸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인류역사에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외모의 사회문화 권력화를 함축하는 루키즘(lookism)은 우리말로는 외모지상주의·외모차별주의로 번역된다. 미국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새파이어가 2000년 8월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한 말이다. 여기에 미디어가 거들고 있다. 수용자 상품으로서 여성의 몸을 주고받는 미디어 자본과 몸 관련 산업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고 있다. 미디어와 몸 관련 산업자본이나 조직들은 광고주와 매체, 취재원과 기자라는 특수관계 속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매스미디어가 생산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는 실제 현실을 거울로서 비춰내는 것이 아니라 파편적 사실들을 일정한 패턴으로 재조직함으로써 특수한 의미를 선별적으로 부여하는 구성된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성형은 외모의 아름다움을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취업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으로까지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용모가 아름답다는 것은 좋은 장점임에 틀림없다. 수술로 ‘젊어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생의 활력’을 찾아 더 활동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 포장’에는 ‘젊은 마음’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공된 체형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식욕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산에의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미용성형학회가 각국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2011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이 가장 많았던 나라가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인구 1000명당 13.5건 정도의 성형수술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그리스로 12.5건, 이어 이탈리아(11.6건)·미국(9.9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성형수술의 총량으로는 미국이 1위다. 2011년 311만 건이 이뤄졌다. 2위는 브라질(145만 건), 3위 중국(105만 건), 4위 일본(95만 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65만 건으로 7위에 올랐다.

존재의 귀중함,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도대체 얼굴이란 무엇인가. 이 얼굴을 제대로 성찰하기 위해서는 몸의 외형이 아니라 몸에 흐르는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얼굴을 향한 온갖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우리는 몸 속의 욕망과 몸을 길들이려고 하는 욕망을 분리할 수 있다.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외모가 자신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나의 존재의 귀중함은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회적 능력이든 신체적 외모이든 모두 열심히 가꿔서 그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안에 혹시 외로움이나 공허감 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의 개념을 외모에서 구분지어 버리는 외모지상주의적인 미디어의 그릇된 태도는 지양돼야 하고, 자신의 몸을 되찾는 건강운동에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몸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얼굴성찰의 기저에 대한 사회 큰 그림의 정치가 그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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