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기자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완성한 진나라의 승상 이사. 이사가 젊었을 때 관청의 변소에서 쥐가 오물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놀라고 겁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관청 곳간의 쥐들은 넓은 건물에 살면서 배불리 먹다 보니 사람이나 개를 전혀 겁내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에 이사는 ‘사람은 잘나고 못난 것이 쥐와 같으니 자신이 어디에 처해 있는가에 달려 있을 따름이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사는 창고의 곡식에 앉아서 배불리 먹는 살진 쥐새끼가 되고 싶어 했다. 이런 이사는 결국 부귀영화를 위해 잔머리를 굴리며 당시 실세였던 여불위의 문하에 들어가는데 성공해 승상까지 오르며 진 왕조를 갉아먹는 엄청난 큰 쥐가 됐다.
조조는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위 왕조를 건설했으며, 이사는 도덕성보다는 매수와 도둑질이 우선이었기에 승상까지 올랐다. 그러나 후대에 조조는 나무를 베어버려 재앙을 남겼다고 평가 받고, 이사는 탁월한 식견을 가진 대정치가보다는 교활하고 음모나 부리는 저질 정객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보면 짜증이 난다. 청문회 때마다 일반 국민이 알지 못했던 사회지도층의 관행적 비리가 양파 껍질처럼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서부터 병역비리,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전관예우 등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고 의혹에 연루된 것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진 데도 하나같이 ‘관례에 따라’, ‘기억이 안 난다’ 등으로 ‘오리발’을 내밀거나 ‘죄송하다’며 대부분 에두른다.
41일 간을 버티다 사퇴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사퇴할 경우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리사실에 대해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당당하다. 비리백화점인 후보자들은 조조에게는 훌륭한 인재고, 이사의 동문이자 멋진 후배들이다. 국민을 바보로 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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