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바보다?
국민은 바보다?
  • 양철우
  • 승인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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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우 기자
중국 삼국시대 위 왕조를 세운 조조. 조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대체로 대 야심가, 대 음모가, 일대 간웅으로 불린다. 이런 배경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도덕은 멸시하고 실적과 효율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조가 중용한 인물도 전쟁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맹장이나 음모와 간계에 능숙한 모신들이었다. 정직하고 식견 있는 지식인들은 이런저런 죄를 씌어 차례로 제거했다. 그래서 조조를 후대에서는 ‘앞사람이 나무를 심으면 뒷사람이 그늘을 누릴 수 있다’는 속담을 거스른 ‘나무를 오히려 베어버려 뒷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대체적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완성한 진나라의 승상 이사. 이사가 젊었을 때 관청의 변소에서 쥐가 오물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놀라고 겁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관청 곳간의 쥐들은 넓은 건물에 살면서 배불리 먹다 보니 사람이나 개를 전혀 겁내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에 이사는 ‘사람은 잘나고 못난 것이 쥐와 같으니 자신이 어디에 처해 있는가에 달려 있을 따름이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사는 창고의 곡식에 앉아서 배불리 먹는 살진 쥐새끼가 되고 싶어 했다. 이런 이사는 결국 부귀영화를 위해 잔머리를 굴리며 당시 실세였던 여불위의 문하에 들어가는데 성공해 승상까지 오르며 진 왕조를 갉아먹는 엄청난 큰 쥐가 됐다.

조조는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위 왕조를 건설했으며, 이사는 도덕성보다는 매수와 도둑질이 우선이었기에 승상까지 올랐다. 그러나 후대에 조조는 나무를 베어버려 재앙을 남겼다고 평가 받고, 이사는 탁월한 식견을 가진 대정치가보다는 교활하고 음모나 부리는 저질 정객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보면 짜증이 난다. 청문회 때마다 일반 국민이 알지 못했던 사회지도층의 관행적 비리가 양파 껍질처럼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서부터 병역비리,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전관예우 등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고 의혹에 연루된 것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진 데도 하나같이 ‘관례에 따라’, ‘기억이 안 난다’ 등으로 ‘오리발’을 내밀거나 ‘죄송하다’며 대부분 에두른다.

41일 간을 버티다 사퇴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사퇴할 경우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리사실에 대해 부끄러움도 없다. 오히려 당당하다. 비리백화점인 후보자들은 조조에게는 훌륭한 인재고, 이사의 동문이자 멋진 후배들이다. 국민을 바보로 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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