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 기자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정치가로 명망 높은 율곡 이이(李珥)는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좋지 못하다”고 했다. 스승은 임금과 같고 부모와도 같으니 그 만큼 존경하라는 말일 게다. 비슷한 뜻으로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아니한다”라는 속담도 쓴다.
그런데 최근 모 고교에서 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학부모와 지인들이 학교로 몰려가 행패를 부리다 구속됐다. 수업태도를 지적하는 교사를 때린 학생도 있다. 지각한 자녀에게 벌점을 메긴 학교장을 찾아가 욕설을 퍼붓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주관식 시험문제 채점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떤 학부모는 교사의 얼굴에 맥주를 쏟아 부었단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천태만상이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에 대해 사회 각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정부도 지난 해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종합대책 가운데 7대 실천정책에서 관계부처는 “교사가 적절한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운 교육여건”을 꼽으면서도 교사가 당하는 폭력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절대책 가운데 하나는 교단의 권위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버이와 같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림자도 밟아서는 아니 될 만큼 선생님을 우러러 본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게 된다. 교권이 서면 그 가르침을 따르는 아이들끼리 폭력도 사라진다는 것이 기자의 시각이다.
이제 정부와 각급 자치단체는 군사부일체가 담고 있는 의미만큼 선생님들의 교권 확립을 위해 나서줘야 할 때이다. 이와 함께 우리 선생님들도 선생님의 교권을 스스로 만들고 쌓아가야 한다. 인센티브를 받아야 인성부장을 맡을 만큼 계산적이고 비 희생적이라면 교권은 더욱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기에 에둘러 이르는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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