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한계 보여준 브릭스 정상회의
가능성과 한계 보여준 브릭스 정상회의
  • 연합뉴스
  • 승인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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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주도 국제경제 질서에 ‘반기’ 성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폐막한 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는 신흥 경제대국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판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브릭스 개발은행 출범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됐으나 일단 출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개발은행 설립 문제를 통해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질서에 신흥 경제 대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남아공이 불만을 표출하고 신흥 경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 효과는 충분히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개발은행 출범 실패 = 브릭스 정상들은 26일 개막식에 이어 27일 본격적인 회의를 열고 성명을 통해 새 개발은행을 설립키로 합의했다면서도 설립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도록 재무장관에 지시했다고 했다.

성명은 또한 1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준비 체계가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이라면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외환준비 풀 설립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달라고 했다.

정상들은 오는 9월에 열릴 다음 회의에서 개발은행과 외환준비 체계 설립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대를 모았던 브릭스판 세계은행의 출범은 일단 실패했다.

이런 결과는 26일 개발은행 설립을 위한 사전 모임인 재무장관 회의가 끝나고 나서 빚어진 혼선을 통해 미리 예상됐던 것이다.

개최국인 남아공의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은 AFP 통신 기자에게 “(잘)끝났다”며 “진전이 잘 이뤄졌고 정상들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타르 타스 통신은 나중에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개발은행과 관련한 핵심 이슈에 대해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은행 자본금 규모나 회원국이 내놓아야 할 기금 규모 등에 대해 합의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나중에 루지웨이 중국 재무장관은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했지만 각국이 은행에 출연할 초기 투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고단 재무장관은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 폐막 후 ‘재무장관들의 설립 논의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 “얼마나 걸릴지 말하기 어렵지만 10년 이내에는 실현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현지 뉴스통신 사파는 보도했다.

그는 개발은행 자본금 규모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미·유럽 대항마’ 성격 부각 = 하지만 브릭스 정상들은 개발은행 설립 문제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경제 질서에 불만을 표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신흥 경제 대국의 목소리가 그만큼 국제경제 질서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개발은행 문제를 통해 세계에 더욱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1천억달러에 이르는 외환준비 풀 설립도 이번 회의에서는 실현이 가능한 것으로 정리하고 다음 회의에 다시 거론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상 코트라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개발은행과 외환준비 풀 문제를 통해 IMF, 세계은행 등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 경제 질서에 반기를 드는 시위 효과는 분명히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브릭스 국가들이 서구 사회가 주도하는 금융 체계와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차 브릭스가 정치, 금융 및 경제 부문에서 미래 국제 사회 질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했다.

정상회의에서는 개발은행, 외환준비 풀 뿐만 아니라 회원국을 잇는 2만8천400㎞ 규모의 광통신망을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또한 정상들은 브릭스 싱크탱크 위원회, 기업인위원회를 출범시켜 역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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