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지가 풀어가는 의학이야기
조유지가 풀어가는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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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주지 말아야 할 사람
새해가 되면 올해는 꼭 실천해야지 하고 가장 많이 세우는 신년 계획, 남성은 금연, 여성은 다이어트가 아닐까 한다. 오늘은 그 단골손님 중, 금연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만 해도 75%에 달하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점차 감소하여 지난해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44.3% 정도라고 한다. 예전보다 많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속한 34개 나라 중 그리스의 46.3%의 뒤를 잇는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옛말에 ‘담배 끊는 사람에게는 딸도 주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담배는 끊기가 어렵고 그 어렵다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라면 보지 않아도 독한 사람일 거라는 옛 어른들의 귀띔이리라. 담배 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이렇게 끊기가 어려운 걸까? 담배에는 비교적 잘 알려진 니코틴 외에도 발암 물질인 타르, 벤조피렌, 디메틸니트로사민, 페놀 그리고 연탄가스 중독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 화장실 냄새의 주범인 암모니아, 사체를 썩지 않게 하는 데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시력 손상을 유발하는 메탄올, PVC 원료로 쓰이는 비닐 클로라이드, 독가스인 청산가리, 방사능 물질로 유명해진 폴로늄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해로운 물질들이 총망라되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 중 니코틴은 담배형태로 들이마시게 되면 폐 모세혈관을 통해 동맥을 타고 약 7초 만에 빠르게 대뇌에 도착해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증가시키는데 이때 ‘아~ 좋다’라는 안락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느낌은 20분~40분 만에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때 담배가 들어오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초조하고 짜증이 나게 되는 것이다.

가끔 억지로 부인 손에 이끌려 금연상담을 받으러 온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직장에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담배를 피우는 순간만이라도 좀 해소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필자에게 흡연의 필요성을 설명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동안 편안한 얼굴로 피로한 심신을 달래고 계신 분들, 담배가 정말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일까? 한 개비의 담배로 흡연자가 잠시 잠깐의 안락감을 누리는 동안 니코틴은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신해 우리 몸 곳곳에 누비고 다니는데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관 안의 기름때인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서 정상적인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그뿐만 아니라 니코틴과 함께 들어온 여러 발암물질은 체내에 축적되어 폐, 후두는 물론이고 식도, 방광, 대장까지 쫓아가 암을 일으킨다. 만병의 근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폐해는 간접흡연을 당하는 배우자와 아이들에게까지 미친다.

자, 이쯤 되면 어떻게 하면 금연을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릴 듯싶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은 제일 먼저 금연을 시작했음을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당분간 금연을 지속할 때까지는 담배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술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고 금연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함께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유혹은 실제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 심호흡을 10회 정도 하거나 물을 1~2컵 마셔 보는 방법, 무설탕 껌을 씹거나 산책을 하는 등의 주의를 돌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지역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금연교실에 설치된 곳이 많으니 전화 혹은 직접 방문을 통해 상담을 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되겠다. 금연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금단증상이 심해 실패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시판되고 있는 전자담배는 정제된 니코틴을 수증기로 바꿔 들이마시게 하는 장치로 타르 등의 발암물질은 함께 마시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을 통해 금연의 효과가 뚜렷이 입증되어 있지 않아 아직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또한 부프로피온(bupropion), 바레니클린(varenicline) 같은 먹는 약들도 나와 있는데 특히, 바레니클린은 대뇌 니코틴 수용체를 가볍게 자극하여 금단 증상을 줄여주고 실제 담배를 피울 때 들어오는 니코틴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은 방해하는 이중작용을 통해 금연 초기 단계에 담배를 피워도 만족감이 덜하여져 서서히 금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새로운 약제이다. 하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다소 비싸고 메스꺼움, 두통,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복용해야 한다. 담배를 끊은지 8시간이 지나면 혈중에 일산화탄소가 정상이 되고, 2~3주가 지나면 폐 기능과 혈액순환이 좋아지며 1년이 지나면 심장마비가 올 확률이, 5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비흡연자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금연은 끊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담배도 혼자 해보겠다는 의지만으로는 꺾이기 쉽다. 주위 사람의 관심과 의료진의 도움, 적절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다면 성공하기가 더 쉬워진다. 큰돈을 들여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금연을 실천한다면 그 어떤 큰 보험 보상보다 귀한 건강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금연하는 사람? 이제는 딸도 주지 말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내 딸 주기 잘 한 사람, 내 딸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경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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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지 경상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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