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의 재미있는 식품이야기
성낙주의 재미있는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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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왜 미끌미끌할까?
미역은 갈조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해조류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데 특히 기장, 완도, 고흥, 진도 등이 주산지이며 김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해조류 중의 하나이다.

미역을 대표하는 음식은 미역국이다. 예나 지금이나 생일 밥상이나 산후에는 으레 미역국을 먹어왔다. 산후에 미역을 먹어온 것은 우리 선조들의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식생활과 관련된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산후조리 식품으로는 미역국이 단연 으뜸이다. 미역은 우선 산후에 부족한 요오드를 보충해주는 최고의 식품이다. 미역 100g에 대략 100mg의 요오드가 함유돼 있다. 미역에 함유된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을 만드는데, 이 호르몬은 신진대사가 왕성한 임산부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요오드가 필요하다. 출산 후 갑자기 산모가 뚱뚱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경우에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미역은 혈액을 맑게 해주고, 요오드 외에 칼슘과 철이 많아 산후 자궁수축과 지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역을 먹게 되면 골격과 치아 형성에 필요한 성분을 젖을 통하여 아기에게 전달되며, 산모에게는 미역에 함유된 점성 다당류인 알긴산이라는 물질에 의해 쾌변과 더불어 유해 중금속을 배출시키며, 항콜레스테롤 효과를 발휘하는 산후 조리 식품으로 최고라 할 수 있다.

미역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고 하고, 시험 응시자는 미역국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유래는 엉뚱하다. 구한말 일제가 조선 군대를 강제 해산시킴으로써 많은 군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군인들을 강제 해산시킬 때의 해산(解散)을 해산(解産)으로 오인함에 따라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혹은 일이 잘못된다고 전승되었다 한다. 미역으로서는 억울한 누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역은 보통 1~2m 정도까지 자란다. 이렇게 길이가 긴 해조류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미역은 거친 파도와 폭풍이 몰아칠 때 잘려나가지 않고 견딜까? 이것은 바로 미끌미끌한 성분 때문이며, 이 성분이 미역의 천연붕대 역할을 한다. 최근 미역과 다시마에 뛰어난 항암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주된 성분이 이 미끌미끌한 성분, 즉 푸코이단(fucoidan)이다.

푸코이단은 미역 자신의 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자살을 촉진시키는 참 흥미로운 물질이다. 왜냐하면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하고 잔해를 치우기도 하기 때문에 위암, 대장암, 백혈병, 흑색종 및 폐암 등 다양한 암세포에 그 효능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후코이단의 놀라운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고 한다. 암을 고치기 위한 물질로 탄생된 것이 후코이단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하다.

아무튼 미역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이로운 식품이며, 특히 항암효과가 뛰어난 식품이다. 미역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주로 채취하는데 지금이 가장 맛이 좋은 제철이다. 오늘도 미역국을 먹으며 행복한 봄날을 기대해 본다.

/경상대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청정해역에서 자란 미역입니다'
“청정해역에서 자란 미역입니다”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1일 오전 속초시 장사동 장사항에서 어민들이 청정해역 동해에서 채취해온 미역을 손질하고 있다. 2013.4.1
mom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청정해역에서 자란 미역입니다'
“청정해역에서 자란 미역입니다”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1일 오전 속초시 장사동 장사항에서 어민들이 청정해역 동해에서 채취해온 미역을 손질하고 있다. 2013.4.1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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