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책상머리 CEO는 장식품
현장 모르는 책상머리 CEO는 장식품
  • 임명진
  • 승인 2013.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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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무림페이퍼 대표이사
김인중 무림페이퍼 대표이사(62)는 사내에서 ‘숫자맨’으로 통한다. 실무를 맡고 있는 임직원들이 숫자를 틀려 꾸중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장이 숫자를 가지고 뭐라고 하면 너무 그릇이 작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그는 한결같다. 숫자는 기업이 흘러가는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회사의 언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회사 전체의 최근 몇 년간 실적을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사업부문의 월별 손익까지도 외우고 있으니 담당 임원과 실무진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1987년 무림페이퍼에 입사한 그는 기획담당 이사, 재무담당 상무를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2004년에는 무림페이퍼 대표이사의 자리에 올랐고, 2005년, 2008년에는 무림SP, 무림P&P대표이사의 자리까지 도맡았다.

그의 승승장구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CEO다. 한 마디로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CEO는 아무 쓸 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김 대표이사는 “서류 속에서만 파악하는 기업의 현실은 그림일 뿐”이라며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야 경영전략도 나오고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먹은 것은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행동파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울산공장 일관화공장 건설 당시 여름 장마시기가 다가오자 회사 안팎에서는 공사기간이 길어질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하지만 그는 장마철 전에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오히려 예상했던 공사기간을 단축해 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런 추진력은 현장을 모르고서는 나올 수가 없으니 현장을 중요시 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그를 통해 진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역민이 궁금해 하는 무림페이퍼의 모든 것을 들었다.


-무림페이퍼 진주공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진주공장은 1975년 상평동에 설립후 40년 가까이 진주의 대표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림그룹의 주력기업으로 달력, 브로슈어, 팜플렛 등 고급 인쇄물에 사용하는 인쇄 용지를 연간 60만톤을 생산하는 국내의 리딩 제지기업이다.

직원은 서울 인원 포함 약 650명이 근무하고 있고 업계 최고의 대우와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진주공장은 지난 2000년대 6년 연속 생산성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07년 국내 제지업계 최초 FSC인증 획득, 2011년에는 국내 아트지 최초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친환경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해 진주공장은 파업을 경험했다.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앞으로 노사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지

▲먼저 진주시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회사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노사가 합심해 장기간 파업으로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살리고 그동안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과 고객은 냉정하다. 우리 스스로 지혜와 힘을 모아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해야 시장에서 고객이 우리를 선택한다. 그것이 회사가 살아남고 또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진주공장에 투자계획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진주공장은 그동안 인쇄용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이공장이다. 특히 아트지는 판매량의 55% 이상을 수출하는 세계적인 공장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등 신흥 종이공장들이 대규모 제지설비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경쟁력 없는 제지공장들이 줄도산이 되거나 도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가운데 진주공장도 현 설비규모로는 아트지를 주력으로 하기에 규모면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해 초부터 세계적인 제지전문 컨설팅 회사인 포리사로부터 1년 가까이 컨설팅을 받아 향후 진주공장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고민하고 있다.

컨설팅 결과 현재의 아트지 중심 공장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고부가가치 특수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주공장을 아트지 생산공장에서 고부가가치 특수지 생산공장으로 전환하는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아직 세부적인 조율이 남아 있지만 올해 안에 설비투자가 가시화될 것이다.



-항간에 진주공장이 이전한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는데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루머이고 낭설이다. 최근에는 무림P&P 울산공장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이전설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모두 루머다.

진주공장은 아까 언급했다시피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는데 이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진주시민분들께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IT의 발달로 종이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2010년 기준 전 세계 1인당 종이소비량은 57kg인데, 전세계 국가의 70%가 평균이하이며, 10kg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가 인도를 포함해 62개국에 달한다. 아직도 개도국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종이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만 봐도 종이소비는 결코 줄지 않고 늘어날 것이다.

또한 종이는 친환경 소재로서 다양한 용도로 개발 사용되고 있어 그 소비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기능성을 갖춘 종이의 소비는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림은 일찍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판매의 5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무림페이퍼 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무림SP, 무림P&P 3사의 대표를 맞고 있다. 각사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

▲3사를 어떻게 시너지를 일으키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무림 P&P는 강력한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으로 인쇄용지를 주력으로 생산할 것이고, 무림SP는 고부가가치 특수지를 전문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유지할 것이다. 무림페이퍼는 아트지 전문기업에서 산업용 인쇄용지 및 특수지 전문기업으로 지종을 변경할 계획이다.

무림페이퍼는 오래 전부터 지종 전환을 준비해 왔고 또 신제품개발팀을 만들어 계속해서 신제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제지 3사의 시너지 효과가 무림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지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다양한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주문이 있을 텐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회사는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3년 부터 지역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남강사랑그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의 낙후시설을 개선하고 장학금을 주는 등 미래의 진주 꿈나무들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2007년 부터 무림사랑나누미란 봉사단체를 발족, 매월 지역내 복지원에서 목욕봉사, 급식봉사를 하고 있고 매년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부터 지역 예술단체를 지원, 2011년에는 경남메세나협의회에서 메세나 대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유등축제, 개천예술제 등을 후원하면서 지역 대표 기업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한다는 생각을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후원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무림페이퍼는 진주의 대표기업으로 언제나 진주시민과 함께 할 것이다.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당부드리고 싶다.

※프로필

▲1950년 출생 ▲1969년 서울고 졸업 ▲1974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77년 제일모직 입사▲1979년 삼성그룹 비서실 ▲1987년 무림페이퍼 입사 ▲1995년 무림페이퍼 기획담당 이사 ▲1998년 무림페이퍼 재무담당 상무 ▲2004년 무림페이퍼 대표이사 ▲2005년 무림SP대표이사 ▲2008년 무림P&P 대표이사 ▲현 무림페이퍼, 무림SP, 무림P&P 대표이사

진주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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