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곪아가는 가정폭력 피해자
침묵 속 곪아가는 가정폭력 피해자
  • 정원경
  • 승인 2013.04.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래도 애 아빤데…" 80% 이상 신고·처벌 꺼려
결혼 19년차인 A씨는 혼인기간 동안 남편에게 수시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또 남편의 누나로부터 낙태를 강요받는 등 결혼생활 내내 시댁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친정의 도움으로 분가를 했지만 남편의 폭행과 폭언은 더 심해졌다. A씨를 강금했고 사채를 쓰면서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큰 아들이 직업을 구해 빚을 갚았지만 늘어나는 빚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가출해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이후 A씨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방치된 채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A씨는 정신지체 2급 진단을 받고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이처럼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가정폭력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배우자에 의해 행해지는 가정폭력은 가정을 파괴하고 2차, 3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진주가정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 상담요청은 매년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한해동안 가정폭력 피해 상담요청은 모두 1209건으로 2011년 1107건보다 102건 증가했다.

가정폭력피해자의 가해자는 배우지간(과거배우자 포함)이 86.75%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 직계존속인 경우가 3.42%, 직계비속인 경우도 0.85%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피해사례에서 정서적 학대가 214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되고 있고 신체적 학대도 180건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진주가정폭력상담소 박주연 상담원은 “가정폭력 대부분이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며 “가정폭력을 가정사로만 보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보고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여성들은 남편이며, 아이 아빠라는 점 때문에 신고나 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가정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담원은 “진주지역의 경우 배우자간 폭력의 경우 피해여성의 80% 이상이 신고와 처벌을 꺼려한다”며 “실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기관들은 가정폭력방지법은 ‘처벌법’이라기보다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기에 건강한 가정을 만들려면, 폭력이 발생한 초기에 신고를 하고 남편이 전문가상담과 부부상담 등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 여성상담소는 “폭력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간다. 하지만 조기에 잘 대처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고 또 이미 누적된 경우라도 빨리 신고를 해서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알려서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쉼터 관계자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심각한 폭력을 당하고도 며칠 후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며 “무작정 집으로 돌아가기보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남편이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