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반도체' 파프리카로 부농의 꿈 실현
'농업의 반도체' 파프리카로 부농의 꿈 실현
  • 이은수
  • 승인 201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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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화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용현씨
▲김용현 대표
사진=황선필기자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개방정책과 기후변화 등으로 농업의 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뛰어난 품질로 승부하는 ‘작은 거인’들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지난해 6500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리며 농산물 분야 수출액 1위 품목으로 농업 분야의 반도체라 할 만하다. 특히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 이상이 한국산일 만큼 우리 농산물의 인기가 상한가다. 파프리카가 농업경쟁력 강화에 일조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에도 할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뭉쳐 영양만점의 고품질 파프리카를 생산, 수출농업에 앞장서며 성공신화를 쏘는 농민조직이 있어 화제다. 성화영농조합법인을 이끌며 강소농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김용현 대표를 만나 깐깐한 일본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비결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대평리 일원에 위치한 성화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용현(59)씨의 드넓은 유리온실에서는 요즘 보석 채소라고 불리는 파프리카 수확이 한창이다. 농장에는 빨강·주황·노랑 등 알록달록한 컬러만큼이나 영양도 풍부한 파프리카가 농민의 부푼 꿈처럼 주렁주렁 영글어 가고 있다. 여기서 수확한 제품은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에 전량 수출되고 있다.

아삭아삭한 파프리카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김 대표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프리카는 7월~8월경 파종하여 11월 중·하순부터 첫 수확에 들어가 다음 해 7월까지 수확한다. 요즘은 주당 40t을 수확한다. 이는 5kg박스로 8000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농장에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이 능숙한 솜씨로 일을 하고 있었다.

파프리카는 땅에 심지 않고 ‘암면’으로 만든 가로·세로·높이 10㎝짜리 배지에 파종하여 비료 등 영양액을 섞은 물(양액)을 공급하여 재배한다. 김 대표의 유리온실 높이는 최고 5m인데 파프리카는 약 4m까지 줄기를 키운다. 마치 구름을 뚫고 하늘로 자라는 ‘재크의 콩나무’처럼 줄을 타고 위로 자란다. 유리온실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비닐온실보다 투광율이 좋아 생산량이 높을뿐 아니라(약 20%)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도 가능하다. 성화수출영농조합에는 유리온실이 5㏊ 이상 조성되어 있다.

알록달록한 반도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파프리카를 두고 하는 말이다.

FTA, 유가 상승 등으로 농촌이 힘겹다고들 하지만 김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일본 수출용 파프리카가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량의 90%이상을 일본에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성화영농조합법인에는 총 14명의 파프리카 농가가 소속되어 있다. 총 면적은 10.6㏊로 작년 한해 무려 964톤의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했다. 금액만 해도 410만불, 한화로 약 4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요즘 파프리카가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등 건강에 좋은 웰빙 채소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파프리카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화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비규격품을 제외한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의 경우 농산물 등에 있어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굉장히 까다롭다. 하지만 국내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수출이 우선이라는 김 대표의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바이어와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김 대표의 하루는 오전 5시 30분에 시작한다. 해가 뜨면 매일 농장에 나가 작물을 둘러본다. 온실속에서 수확을 앞둔 파프리카를 보고 있으면 그간 겪었던 몸고생, 마음고생의 설움이 눈녹듯 녹아버린다. 재산을 털어 고급채소로 대접받는 파프리카 재배에 직접 나섰지만 농사는 생각만큼 느긋한 전원생활이 아니었다. 특히 사업 초창기 큰화재가 발생해 온실이 전소되다 시피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며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김 대표는 “창원산 파프리카가 다른 시·군의 것보다 훨씬 맛이 좋다. 지역적인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무상일수가 길고 일조량이 풍부한 날씨가 파프리카의 생육조건과 잘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파프리카는 레몬의 2배, 토마토의 5배, 사과의 41배에 달하는 많은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어 인체에 좋은 최고의 웰빙채소입니다” 김 대표의 파프리카 자랑을 끝날 줄 몰랐다.

김 대표는 1999년부터 파프리카를 재배했다. 15년 가까이 파프리카와 함께 했으니 이만하면 파프리카 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해 주경야독으로 전문 교육기관에서 기술 교육을 배우고 전 회원농가에 재배기술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파프리카의 시배지나 다름없는 네덜란드 전문가를 초청하여 한 달에 2회 이상 고급기술을 배우고 영농에 직접 접목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온습도에 민감한 채소다. 따라서 특성에 맞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물을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김 대표는 밝힌다.

김 대표는 “파프리카는 발아부터 열매 수확이후까지 끊임없이 온도와 습도를 맞추어야 한다”며 “최신장비를 이용한 수분조절 광도측정, 온습도 기록계 관리 등 과학적인 농가재배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10년 넘게 파프리카를 키워왔지만 환경이나 성장이 똑 같은 해가 한 해도 없을 정도다. 매일 살펴 작물이 너무 커지면 순 작업으로 많이 안자라게 하는 등 일조량이나 날씨 등에 맞춰 환경을 가꿔야 한다. 작물은 손길이 가는 만큼 자란다. 경험보다 중요한 것이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농산물 안전성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높은 값을 받고 많은 수출을 해왔더라도 농약 검출 등 문제가 발견되면 하루아침에 수출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만에 사과 수출을 하다가 허가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돼 수출길이 막혔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와 공조체계를 구축해 안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공하는 수출선도조직이 되려면 무엇보다 조직의 ‘단합’이 중요하다”며 “배나 제주감귤의 경우 수출유망품목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조직 내 불협화음이 생기자 오히려 수출량이 줄어 결국 중도 탈락하고 말았다”며 농민간 화합을 강조했다.

또한 농산물이라도 해외 바이어가 선호하는 ‘규격’에 맞춰 생산·포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 예로 우리나라는 큰 사이즈의 파프리카를 선호하지만 일본은 중간 사이즈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에 대해선 농업연수생 제도의 활성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농번기지만 농촌은 여전히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실업률 문제로 정부는 농업연수생 제도에 제한을 가하지만 농촌에선 필요한 인력 확보를 하려해도 할 수가 없고, 실업자들도 농촌에선 일하기를 꺼려하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농업연수생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금지원 등 농가에 현실적인 지원도 아낌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전국에서 농가 시설이 잘 갖추어진 전남의 경우 정부의 농가 지원이 우선적으로 지원되고 지원비용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영원한 시장은 없다. 일본시장에서 잘 나갈 때 수출시장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모스크바와 대만에 샘플을 보냈다”며 “고품질을 생산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각국에 대한민국의 파프리카를 수출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노력과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성화수출영농조합법인은 2004년 경상남도 농수산물 수출탑 50만불탑 수상, 2006년 100만불탑 수상, 작년에는 410만불 이상을 달성했고, 올해 3월 말까지 300만불을 수출했다.

창원시 농업기술센터는 파프리카 수출농가(농단)의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6개사업 27개소에 7억3000여만원(보조 3억4000, 자담 3억9000)을 투입하는 등 시설 및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부사업내용은 △수출농단시설보완사업 7개소 3억6900만원 △수출농가시설지원사업 7개소 1억8100만원 △수출파프리카 작기전환사업 1개소 4800만원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시설 지원사업 3개소 5300만원 △수출파프리카 연질강화필름 지원사업 2개소 5100만원 △수출탑수상농가 인센티브지원사업 7개소 2800만원 등이다.

또한 수출파프리카의 잔류농약검출로 인한 클레임방지를 위해 농약안전성 교육을 매년 상·하반기 2차례 실시하고 있으며, 농약안전성 검사 또한 매년하며 전담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안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이 밖에 새로운 재배기술 습득 및 타지역 수출농산물 우수농단(농가)의 수출노하우를 벤치마킹 하기위한 선진지 견학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수출파프리카의 수출실적이 2011년 1516톤에서 2012년 1682톤으로 27%의 증가를 보였으며 금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갑만 창원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 이상이 한국산일 만큼 인기가 높다. 아울러 일본보다 소비량이 많은 호주시장 공략에 나설때도 됐다. 경남이 파프리카의 최고 생산지의 명성을 이어가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은수기자·사진=황선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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