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처절한 저항’ 계속
밀양 송전탑 ‘처절한 저항’ 계속
  • 양철우
  • 승인 201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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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80대 할머니 2명 긴급후송…부상자 5명으로 늘어
속보=밀양시 765㎸ 송전탑 공사에 맞선 주민들의 ‘처절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21일에도 80대 할머니 2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등 피를 토하는 울분이 메아리를 치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21일 오전 8시께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이모(71) 할머니가 공사저지 과정에서 손등을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또 오전 7시께 상동면 옥산리의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박모(68) 할머니가 인부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 전날에는 부북면 위양리와 상동면 도곡리 송전탑 현장에서 80대 할머니 3명이 타박상과 탈진증세 등을 보여 병원에 이송돼 부상자는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오전 11시께에는 한전 밀양지점에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와 밀양 765㎸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대표단이 ‘한전과 정부·청와대·정치권에 대한 8가지 요구안’을 받아들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앞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 문규현 신부는 모두발언을 통해 “공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분들(반대대책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공권력이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철탑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장면 주민 송영숙씨는 “왜 우리가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언론은 한전 편이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할머니가 쓰러져도 ‘쇼’라고 한다”면서 “모두가 죽음으로 맞서고 있다”고 언론의 진실보도를 부탁하며 호소했다. 밀양 가르멜여자수도원 최아네스 대리인은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중화 방안을 검토해 주민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가르멜 수녀원의 입장을 발표하고 이를 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주민들을 말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공작을 하고 있다. 너희들은 돈만 받으면 된다는 게 한전의 대책이다. 이렇게 이겨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답답하다”며 “무식한 주민들은 5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똑똑한 한전은 돈 이야기만 하지 말고 두가지 대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고 한전을 비난했다.

이어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과 정부, 청와대 등에 8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한전과 정부, 청와대에 올해 말 완공예정인 신고리 핵발전소 3호기와 내년 완공예정인 4호기의 생산전력을 신양산-동부산 송전선로와 신울산-신온산 송전선로와 신고리 발전소를 우선 연결해 계통 편입하라’고 요구했다. 또 ‘아직 착공되지 않은 신고리 핵발전소 5호기와 6호기가 완공될 10년 동안 주민들이 요구한 지중화 3대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공사중단과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주민들이 요구한 지중화 3대안은 초전도체 공법 도입, 밀양구간 345kv 지중화, 울산-함양 지중화 등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정치권에 대해서도 ‘밀양 갈등해소를 위해 정부와 밀양 주민의 중재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개발독재의 전유물인 전원개발촉진법의 개정과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의 재검토’ 그리고 ‘장기적으로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력의 철수’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경남경찰청 기동대 등은 질서유지 명목으로 현장에 투입됐으나 현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막고 건설노동자들이 공사를 강행하도록 보호해주는 한전의 ‘경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의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반대 주민과 한전·경찰 인력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22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오후 6시께에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부북면 평밭마을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반발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765 기자회견1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가 기자회견에 앞서 송전탑 공사중단에 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2
송전탑 반대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와 단장면 송영숙씨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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