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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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멸치는 원래 ‘멸어’라고 불렀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 메루치(경기도, 함경도), 행어(제주도), 멸오치(남해안), 열치(황해도, 평안북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멸치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연안에 분표하는 회유성 어류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수산 자원 중의 하나다. 그런데 멸치는 선도가 빨리 저하되기 때문에 대부분 건제품으로 가공하며 크기에 따라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로 구분한다.

멸치는 다른 생선에 비해 크기가 작은데 옛날에는 멸치를 어떻게 잡았을까?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앞바다에 가면 V자 형태의 ‘죽방’이 설치돼 있는데, 이것이 예부터 멸치를 잡던 시설이다. 그 원리는 밀물과 썰물을 따라 들어온 멸치가 죽방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여 잡는 어로법이다. 이렇게 잡은 멸치는 그물에 상처 입지 않아 품질이 좋고, 연안에서 잡아 바로 쪄서 말리기 때문에 맛과 향이 우수하다. 그래서 지금도 그물로 잡은 멸치에 비해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멸치는 뼈째 먹는 대표적인 생선으로 단백질과 칼슘, 철,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며, 특히 칼슘의 함량이 많다. 칼슘하면 멸치를 연상하게 되는데, 실제로 멸치 100g 중에는 칼슘이 약 1860mg으로 하루 권장량 700mg의 2배 이상으로 많아 영양학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식품이다. 왜냐하면 칼슘은 인체 내 무기물 중 가장 많이 필요하며 치아와 골격을 형성·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장암, 직장암을 예방하고, 또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도 그 효능이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기능 외에 오메가-3라는 불포화지방산은 우리 몸속의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고, DHA의 섭취로 두뇌의 성장뿐만 아니라 뇌세포의 활성화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멸치에 들어있는 또 다른 기능성 물질인 타우린은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주며 심장도 건강하게 하고, 성격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멸치에 들어있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고스란히 섭취하려면 요리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보통 멸치를 조리할 때 쓴맛 때문에 내장을 걸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장에는 칼슘을 비롯하여 비타민 B1, B2, 필수아미노산과 칼슘의 흡수를 도우는 비타민 D까지 함유되어 있어서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좋다. 그리고 보통 육수를 내고 남겨진 멸치는 버리게 되는데 이렇게 육수를 낸 국물만 섭취하게 되면 멸치의 영양소를 다 섭취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멸치를 가루로 내어 육수를 만들어 먹으면 보다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멸치는 4월에서 7월 사이에 많이 어획되므로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성수기인 셈이다. 따라서 요즘 싱싱한 멸치를 비늘과 뼈를 제거한 후 회무침으로 즐기거나 된장을 넣고 생으로 조림하여 상추쌈과 같이 먹으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영양식이 될 것이며, 중·장년의 성인들에게는 칼슘의 좋은 공급원이 될 것이다. 칼슘은 영양제로 먹는 것보다 적당한 운동과 더불어 식품으로부터 섭취해야 체내 흡수가 용이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멸치 젓갈과 알배기 배추 한입도 좋고, 멸치액젓에 무친 각종 채소 겉절이도 좋다. 푹 삶은 멸치 다시 국물에 말아 먹는 구수한 국수 한 그릇도 좋고, 꽈리 고추나 마늘을 넣어 볶은 멸치도 좋은 찬이 되겠고, 작아서 한 마리씩 절대 먹을 수 없는 세멸은 달걀말이에 넣으면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 입과 몸이 모두 만족하는 먹거리가 될 것이다.

/경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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