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 교수의 의학이야기
김주연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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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계절, 갑상선 수술 환자도 노출의 자유를
요즘 연예 뉴스를 보다 보면 유명 연예인 모씨가 갑상선 암으로 진단받고 남모르게 힘든 투병 시간을 보냈다는 눈물의 고백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연예인들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갑상선에 혹이 있는 경우는 흔히 있으며, 그 중 실제로 암으로 진단되어 수술까지 시행한 사람도 적지 않다. 국가 암 정보 센터의 암 발생률 통계를 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 암이었다. 하지만 5년 생존율이 99.8%로 아주 높아 우스갯소리로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시행 받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진단 당시 놀란 마음과 걱정은 줄어들고 목에 선명히 남아 있는 수술 상처가 불평의 대상이 되게 된다. 실제로 어제 병원에 오신 한 중년 여성은 언제나처럼 꽃이 그려진 멋진 스카프를 두르고 외래에 왔다. 이제 수술한 지 거의 7년이 넘으신 분으로 상처도 아주 가까이 가서 찾으려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희미해져 있었다. 그래서 “수술한 것 같지도 않으시네요.”라고 농담을 건냈더니, 그녀는 오히려 나에게 짜증을 내시며 자신은 누가 자기를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목을 보는 것 같고, 외출 준비를 하실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시며, 이제 날도 더워지는데 스카프를 하고 다닐 일이 걱정이라고 하셨다.

우리 신체 모든 부위의 수술 상처는 회복되는 과정을 거쳐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주위 피부색과 비슷해지고 아주 얇은 흔적으로만 남게 된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차이가 심해서 회복되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도 다양하며, 일부에서는 부위가 빨개지거나, 솟아오르고 심지어는 켈로이드 체질이 있는 경우는 절개부위보다 더 넓게 자라고 흉한 상처로 남기도 한다. 갑상선 수술은 특히 잘 보이는 목 부위에 절개를 하기 때문에 외과 의사들에게나 환자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어왔다. 될 수 있으면 목 주름에 절개하여 가리기도 하고, 상처 봉합도 자국이 남지 않게 흡수되는 실을 이용하고, 어떤 경우는 실로 봉합하지 않고 신체용 본드를 이용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또한, 수술 후 상처 회복을 돕는 연고나 흉터 관리제를 사용하는 것을 교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도 요즈음의 환자들을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개발된 것이 내시경 갑상선 수술이다. 내시경을 이용한 갑상선 수술은 쉽게 보일 수 있는 목에 상처를 내지 않고 노출되지 않는 다른 부위를 절개하여 내시경 영상을 통해 수술 하는 방법으로 겨드랑이와 가슴의 유륜을 이용하는 수술법이 대표적이다. 1cm 내외의 작은 절개선을 넣어 수술을 시행하므로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내시경 영상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신경의 자극으로 인한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양측 갑상선 접근이 모두 용이해서 갑상선 전 절제술이 가능하고 중심 경부 림프절 절제도 가능하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서 시행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 암이나 양성 종양에서 시행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수술 기술의 발달로 수술 시간도 비교적 짧으며, 암의 경우 치료 성적이 목을 직접 절개하는 것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더운 여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환자들에게 갑상선 외과 의사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시행해온 내시경 수술로 자신 있게 아름다운 목을 드러내고 웃으며 외래로 오는 환자들이 있어 나의 마음도 조금 가벼워진다.

/경상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갑상선 암 내시경 수술
갑상선 암 내시경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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