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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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뺨치는 마늘(1)
마늘은 고약하고도 강한 냄새 때문에 동물들조차도 기피하는 식물인데 사람들이 언제부터 왜 먹게 되었을까?

5천 년 전에 만들어진 이집트 쿠프왕의 ‘피라미드’ 축조 때 노예들의 체력유지를 위해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고, 또 이집트인의 무덤에서 진흙으로 빚은 마늘 모형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부터 체력유지 및 향상을 위해 먹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된 마늘은 지중해 연안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곰이 마늘과 쑥을 먹었다는 기록으로 유추컨대, 지금의 마늘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기 이전부터 산야에 자생하는 ‘달래’라고 하는 마늘을 먹어온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마늘의 식용역사는 사실 우리나라가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마늘은 강한 자극취로 인해 때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 찌개, 국, 나물을 양념할 때, 또 구운 고기나 생선회를 싸먹을 때 마늘을 애용해왔다. 때문에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마늘 냄새는 마늘의 고유성분인 ‘알리인’이라는 물질의 분해로 생성된다. 알리인이라는 물질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원래는 냄새가 없으나 마늘을 절단하거나 다지게 되면 알리나제라는 효소가 분비되어 알리인이 알리신으로 변하게 되어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이것은 유황성분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알리신은 마늘 냄새의 주성분이며 대단한 기능성을 갖는 물질이다.그런데 이 물질은 매우 불안정하여 상온에서 5시간 이내에 대부분 다른 물질로 분해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의 성분이 분해되면 고유의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마늘은 분해된 물질의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있으나 어떤 성분은 원래 갖고 있는 기능성과 다른 효력이 새로이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려 만든 대표적인 가공품이 알코올에 숙성시킨 마늘과 요즈음 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있는 흑마늘을 들 수 있다.

흔히들 마늘을 두고 ‘러시아의 페니실린’이라고 하는데, 이는 세계 제 2차 대전 때 치료약 대신에 러시아 병사들의 상처치료에 마늘을 사용하였더니 페니실린처럼 효능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이전에는 몸에 상처가 생기면 생마늘을 다져서 상처에 싸매주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마늘의 항균작용에 의해 상처가 덧나지 않고 치료된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은 페니실린이나 테트라사이클린보다 더 강력한 항생물질임을 카바리토(1994년, Chester J. Cavallito)라는 화학자가 최초로 밝혀냈다.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마늘에는 식중독 예방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독소를 생성하여 노약자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보튤리누스균의 생육을 억제시키고, 결핵균과 장티푸스균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전염시키는 세균의 생육을 억제시키며,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 심지어 기생충의 알을 죽이는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항균, 항충작용을 갖는 것으로 밝혀져 그야말로 마늘은 항생제 뺨치는 물질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직접 국·내외 마늘의 항균효과를 실험한 결과 외국산에 비해 국내산 마늘의 항균효과가 좋고, 국내산 마늘 중에서도 남해산 마늘의 항균효과가 아주 우수함을 확인하여 보고한 바 있다.

한때 러시아에서는 인플루엔자 박멸을 위해 마늘을 수입하기까지 하였으며, 또 몇 년 전 중국에서 사스가 유행할 때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에게는 유일하게 사스에 걸린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는데, 이는 마늘을 넣은 김치 때문이라는 일부 보도로 인해 중국에서 한국김치가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으니 마늘의 입장에서 볼 때 항생제를 정말 우습게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보이는 마늘은 얼마만큼 먹는 것이 좋을까? 마늘은 하루에 4~6쪽(40~50g)이 적당하고, 강한 자극취 때문에 먹기 곤란한 사람은 익혀서 먹으면 좋다.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은 조리해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마늘3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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