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계곡, 오래된 절집에서 시름을 잊다
맑은 계곡, 오래된 절집에서 시름을 잊다
  • 원경복
  • 승인 201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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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 지리산 대원사를 찾아서
대원사 (1)
대원사 대웅전
 
바야흐로 여름이다.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등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장을 비롯한 도내 해수욕장은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과 계곡도 푸른 신록을 머금은 채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로부터 각광받는 지리산, 그것도 대원사 계곡은 오래된 절의 역사만큼이나 인기 있는 피서지다.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대원사를 찾았다. /편집자 주



초여름의 햇살이 뜨거운 요즘. 산은 그야말로 초록세상이다. 깊고 짙은 계곡에는 온 산을 가득 채운 신록이 겹겹이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수많은 계곡 중에서도 가장 깊고 청정한 대원사 계곡은 천왕봉에서 시작된 맑은 물길이 30리를 이어온다. 푸른 산 맑은 물의 정기가 굽이쳐 내려 그 계곡에 대원사를 세웠다.

지리산을 품고 흐르는 대원사 계곡은 59번 도로에서 대원사계곡 쪽으로 들어가면 길 오른쪽에 평촌마을이 있고 왼쪽에는 옛 절 삼장사 터가 있다. 삼장사가 번창했던 시절에는 스님만 수백 명이고, 오가며 머물던 사람까지 더하면 천 명이 머물렀던 큰 절이었다. 지금은 그 절터에 탑만 남아 옛 이야기를 전한다. 길은 한길로 이어져 계곡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좌우로 6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솟아 이어져 지리산 더 높은 능선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니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 더 깊어 보인다. 소막골야영장과 대원사야영장을 차례로 지나 맹세이골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대원교가 나오고 계곡은 대원사 앞에서 한 번 숨을 고른다. 여기까지 걸었다면 4㎞ 정도 걸은 셈이니 여행자 또한 대원사 앞 계곡 너럭바위에 앉아 계곡의 푸르른 공기를 큰 호흡으로 들이마시며 잠깐 쉬어간다. 계곡의 맑은 물이 푸른 숲을 담고 있어 푸르게 보인다. 크고 작은 바위와 너럭바위 위를 흐르는 물은 맑다 못해 시리도록 투명하다. 가을이면 산을 물들인 울긋불긋한 ‘단풍꽃’이 비쳐 계곡 또한 울긋불긋 빛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대원사 계곡을 일컬어 “너럭바위에 앉아 계류에 발을 담그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먼데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의 긴 여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이 있으랴”라며 남한 제일의 탁족처(濯足處)로 꼽았을 정도다.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진다는 등산로 오른편에 펼쳐진 계곡은 과연 탁족처로 손색이 없다. 맑고 풍부한 물도 그렇지만, 넓고 평평한 바위가 많아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만한 곳이 도처에 널렸다. 30여리에 이르는 대원사계곡이 푸른 그늘에 젖어있다. 느티나무, 비목, 굴참나무, 고욤나무, 서어나무 등 제각기 이름표를 달고 선 나무들. 아기 손바닥처럼 앙증맞은 이파리를 매단 단풍나무도 눈에 띈다. 가을 단풍철에 다시 찾으면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노라, 단풍나무가 등산객들 등 뒤에서 파란 손을 흔든다. 여기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서 바위계곡이 아름다운 유평계곡을 구경하든지 아니면 대원사를 먼저 들러 절집을 구경 한다.
 
대원사
대원사 전경


1500년 전 지리산에 세워진 대원사는 1000년 하고도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리산 유평리 계곡을 지키고 있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 금강송이 여행자를 반긴다. ‘방장산대원사’라고 적힌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천왕문이다. 천왕문을 지나 2층 누각 봉상루를 통과해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서면 대웅전과 원통보전이 또 다른 계단 위에 서 있다.

대원사는 548년(진흥왕 9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당시에는 이름을 평원사라 하였다. 그 뒤 1000여 년 동안 폐사되었던 것을 1685년(조선 숙종11년)에 운권선사가 문도들과 함께 절을 짓고 대원암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서쪽에는 조사영당을 보수하고 동쪽에는 방장실과 강당을 건립하여 대원사라 개칭했다. 1914년 1월 12일 밤에 화재가 발생하여 절이 모두 타 버린 것을 중창하였고, 6ㆍ25 한국전쟁 등으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었던 것을 1955년 9월에 비구니 법일스님이 주지로 임명되어 1986년까지 대웅전, 사리전, 천광전, 원통보전, 산왕각, 봉상루, 범종각, 명부전을 지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대원사는 우리나라 비구니 3대 사찰 중 한 곳이다. 대원사에는 보물이 하나 있는데 1992년에 보물 제1112호로 지정된 대원사 다층석탑이 그것이다. 646년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탑을 건립했다. 어른 키의 5~6배 나 될 정도로 높다. 두 개의 기단에 8층으로 탑신을 세웠는데 그 모양이 날렵하게 하늘로 솟아오른 모양이다. 조선불교통사에 따르면 지리산에 세 탑이 있는데 대원사탑이 동탑, 법계사탑이 중앙탑, 화엄사 삼층탑이 서탑이다. 이 세 탑에서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는 탑에 서광이 비치고 향기가 경내에 가득 퍼진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이는 이 세 탑에 모셔진 부처님 사리가 몸의 한 부분에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 주변에 피어난 들꽃과 백일홍,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절집의 장독대는 대원사계곡과 절 구경에 덤으로 따라오는 볼거리들이다. 푸르른 시절 맑은 계곡과 함께 대원사를 구경하다 저 멀리 넘실대는 지리산 능선 산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대원사계곡 (1)
대원사 계곡


역사를 간직한 깊은 대원사 계곡은 대원사를 지나 7~8㎞는 더 올라간다. 원래 이 계곡의 이름은 유평계곡인데 대원사가 유명하여 계곡 이름도 대원사 계곡으로 바뀌었다. 대원사 계곡과 대원사는 지금이야 길이 잘 닦여 길 따라 차를 타고도 갈 수 있어 산이 깊은 줄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길이 없다고 생각하면 지리산 여러 봉우리에 묻혀 세상이야기 하나 들릴 것 같지 않는 오지였다.

이렇듯 골짜기가 워낙 깊다보니 길 없는 시절 이곳은 은둔자가 찾아들기 좋은 곳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의 기치가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자 혁명의 동지들이 대원사계곡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항일 의병의 은신처였다. 이어 한국전쟁 이후 빨치산이 활동했던 때에는 낮에는 국군이 이 계곡을 점령했고 밤에는 빨치산의 세상이 되었다. 이후 1960년대에는 화전 일구며 목숨을 이어갔던 가난한 사람들의 안식처였다.

지금도 대원사 계곡은 서늘한 바람과 울창하게 우거진 숲 속 굽이굽이 흐르는 맑은 계곡을 벗 삼아 켜켜이 쌓인 시름을 잊고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의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원사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IC→시천(국도20번)→삼장면 명상(국도59번)→대원사계곡
산청IC→금서면 매촌(국도59번)→밤머리재→삼장면 명상→대원사계곡

[국도3호선]
신안면 원지→시천(국도20번)→삼장면 명상(국도59번)→대원사계곡
산청읍→금서면 매촌(국도59번)→밤머리재→삼장면 명상→대원사계곡

◇네비게이션 찾기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1

◇대원사 템플스테이
매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박2일로 진행. 예불, 참선, 다도, 108배, 삼보일배, 산행 등 여러 프로그램을 계절, 참가하는 사람 등 여러 상황에 맞게 변형 운영한다. 어른 5만원. 고등학생 이하 3만원. 문의 및 예약 전화 055-974-1112.

◇주의사항
대원사계곡은 국립공원인 관계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돼 있어 발을 담그는 정도 이상의 물놀이는 할 수 없다. 캠핑을 원하는 사람은 대원사 야영장을 이용해야 하며, 민박은 계곡 상류에 있는 마을에서 가능하다.
 
 
 
대원사다층석탑
대원사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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