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땅따먹기
<이준의 역학이야기> 땅따먹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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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임(六壬)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참으로 놀이가 많았던 것 같다. 땅따먹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비륵치기, 구슬놀이, 딱지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꼰놀이….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많은 놀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전통적 농경사회에서는 일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진 다양한 힘 모으기 농요(農謠)와 율동(律動)들이 있었다. 먹거리와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놀이였고, 대동으로 이어지는 놀이였다.

하지만 산업화가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모든 것이 분리가 되었다. 대립적이고, 상극적이고, 분석적이 되었다. 사고방식과 인간관계에서도 통합보다는 분리가, 우리보다는 너와 나 그리고 그(그녀)가, 일 놀이 또는 놀이일 보다는 일과 놀이의 분리가 더욱 자연스런 모습으로 되었다. ‘우리’는 오히려 어색하고 ‘내’가 더 현실적인 세상이 되었다.

2일 국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Northern Limit Line, 한국 서해의 북방 한계선) 발언 진위와 의도를 확인하려는 목적의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녹음기록물 등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제출 요구안’을 재석 의원 276명 중 257명 찬성,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의결정족수를 훌쩍 넘겨 통과시켜 버렸다.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을 넘겨야만 겨우 가결이 가능해 관심이 높았지만 싱겁게 끝나버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표결에 앞선 ‘구속적 당론(강제 당론)’의 결과다. 누가 먼저 어떤 주제로 촉발시켰는지는 모르나 국민들의 실생활과는 무관하나 정쟁의 수단으로서는 안성맞춤인 이 주제를 증폭시켜 이슈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외교적 수사(修辭)는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개념으로 해석하기에는 복잡다단한 면이 담겨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교적 수사(修辭)는 상대방 흠집 내기의 추악한 의도로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외교적 기록물을 가볍게 공개하는 것도 자칫 국가의 위상을 한없이 가볍고 초라하게 격하시켜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폭로했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정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자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땅따먹기 발언’ 폭로가 착각이었다고 6월 26일 시인했다. 한없이 가볍고 치졸한 존재의 슬픔이다.

어린 시절 아침 일찍부터 패차기, 사금파리 튕기기, 또는 가위바위보로써 한 뼘 한 뼘, 티격 태격 하루 종일 ‘땅따먹기’를 하다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서 어둑어둑 해질 때쯤이면 부랴부랴 놀이하든 갖은 도구를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가곤 하였다. 길게 보면 인생도 국가도 국제사회도 우주도 이런 모습이 아니겠는가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몸이 있고, 살아가야 하는 한, 삶의 터전인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안전한 공간, 풍요로운 공간, 넉넉한 공간, 다정한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공간과 주권의 상징이 국가이며, 국경은 이런 상징의 테두리다. 하여 국가 간의 영토문제는 단순한 땅따먹기 놀이가 아니다. 국경은 국민의 존엄성이 아로새겨진 경계선이다. 하기에 모든 국민들은 자기나라의 국경을 지키기 위하여 단 하나 밖에 없는 목숨조차 기꺼이 바친다. 중국은 국경을 지키기 위하여 주변 이십오륙개국과 각축을 벌이며, 일본은 삼개국과, 우리나라도 이어도 독도문제에는 온 국민들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 국경 쟁탈전이 바로 전쟁이다. 이 전쟁과 전투에 가장 많이 쓰였던 술수가 육임이다. 육임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 돼있다. 가장 기초는 전략적 구성도이다. 이른바 천반과 지반위에 월장을 배치하여 둔간과 12천장을 구성하여 완성한다. 이런 전략적 구성도는 오늘날의 국제관계, 국제교역관계, 국가 간 친소관계, 개인적으로는 세상에서 무얼 해먹고 살아야 할까 누구랑 동지가 되며 어떤 사람을 멀리하여야 할까 하는 등의 포괄적 정보관리판의 기능을 한다.

둘째는 4과의 배치이다. 4과는 전략적 구성도에서 자기 군대의 실상과 상대하여야 하는 적군과의 관계를 추출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본인과 환경, 본인(아군)과 상대방(적)의 관계 등을 나타낸다. 셋째, 3전의 구성이다. 삼전은 다양한 기준으로 구성되는데 핵심은 적극(賊剋)의 소용돌이다. 초전은 원인이고 중전은 과정이며 말전은 결과이다. 육임은 현재의 시점에서 어떤 투쟁방식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국적 다문화 국경이 필요 없는 정보화 사회라고는 하지만 국경은 여전히 엄중한 가치와 의미 그리고 실질적 힘을 갖는다. 국경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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