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소유 가리기’가 필요하다
‘문제 소유 가리기’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7.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PET(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모들을 훈련함으로써 가족 간의 소통과 행복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을 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고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문제 소유 가리기’라는 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적으로 부모가 자식과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문제가 누구의 문제인가를 먼저 탐색해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 문제로 인하여 가장 큰 상처(혹은 손해)를 받는 것은 누구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가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걱정하는 아이의 행동이 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손해가 되는 것도 아니라면 그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이고, 따라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부모가 해야 되고, 아이 스스로가 그것을 자신의 문제라고 여기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손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아이의 문제이고, 아이에게 그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 보도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보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문제 소유 가리기’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그것이 누구의 문제인지, 누구에게 문제인지가 전혀 가려지지 않고 이리저리 마구 얽혀 있는 느낌이다.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국민들을 상대로 선거개입과 여론조작을 한 사건에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이 튀어나오고, 거기에 대해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시의 발언이 불거지고, 다시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하자고 여야 합의를 하고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 와중에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문제 소유 가리기’를 해야 할 언론마저 덩달아 이리저리 뛰고 있으니 이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만성 어지럼증 속에 있는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우울하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까지 곤두박질칠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노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고, 그 중에서 몇 사람들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네 일반 국민들의 삶을 위해서 노력해 달라는 마음을 실어서 뽑아 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뽑아 준 그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문제가 무엇인지, 자신의 당리당략을 위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문제를 이리저리 뒤섞어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자신의 이익에 눈이 먼 것인지,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눈앞에서 그러한 것들을 흔들어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터인데, 그것을 도와 줄 언론들은 정치인들이 흔드는 것을 더 증폭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 우리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들여다보아야 할 것인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놓여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누구의 문제이며 누가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PET 프로그램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 소유 가리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저 정치인들이 무참하게 뒤섞어 놓은 문제들을 가닥가닥 풀어서 들여다보고 무엇이 진정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인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지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문제를 자꾸 흩트리고 뒤섞어 버리려는 정치인들이나 언론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그 의도를 지적하고 깨뜨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절실한 바람은 이제 좀 우리 정치인들이 ‘문제 소유 가리기’가 가능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발 자신의 개인 이익이나 자신의 정당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차원, 국가의 이익 차원에서 문제를 들여다보고 풀어 나가는 사람들이었으면 한다. 다음 선거부터는 우리 마음속의 선출기준에 이 항목을 꼭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