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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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의 꿈에 대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속 내면 언저리에 있었다.

준호는 학창시절 로봇 유등을 만들어 창작등 터널에 걸었던 순간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친구들도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를 유등으로 만들어 남강 변 창작등 터널에 걸었다. 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 때 미래의 등불을 밝혀 놓고 희망의 불빛을 우러러보며 꿈을 이야기했다.

자동차 유등을 만든 친구, 조종사가 되겠다던 친구는 비행기 유등을, 유람선 유등을 올려다보며 남강에서 출발하여 세계 일주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던 친구 입에서는 침이 튀겼다. 책 유등, 부모가 농사짓는 고향의 특산물,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닮은 유등을 만들어 속마음을 드러내 놀림에 얼굴 붉혔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설화와 전설, 영화와 만화, 직접 쓴 소설 주인공 캐릭터 유등을 만들었던 친구들의 뭇 유등이 빛날 때 우러러보던 희망의 눈빛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막연했던 자신의 꿈을 유등으로 뚜렷하게 완성했다는 뿌듯함에 흥분해 가족들에게 자랑하고, 여자 친구 앞에서 뻐기던 친구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다들 꿈을 이루었을까….”

피 끓는 젊은이가 된 준호는 취직에 도움 된다 해서 몇 차례 인턴 경험도 해보고, 당장 돈이 필요해 남모르게 영업사원도 해봤고, 대기업 수십 군데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스펙은 도토리 키 재기 할 정도는 되는데, 운이 없는 건지….”

세상 생각 속에 화두로 떠오른 좋은 일자리 구해서 멋지게 출세해야겠다고 단순히 공부에 매달렸던 오랜 세월 동안 가슴속에서는 야망이 불타올랐다. 야망을 쫓던 준호는 세상 생각 속을 떠돌아다녔다.

“지방대학 출신이라 차별을….”

온갖 핑계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기득권은 일자리를 나눌 생각은 없고, 선심 써 듯 부실한 일자리만 주고는 무조건 취직하고 보자는 젊은 친구들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분노가 치밀었다.

“만들어내지 않으려는 거야. 자식들에게 자리 뺏길까 봐. 어린애 사탕 줘 꼬시듯 푼돈 주며 슬슬 우롱하는 거지. 더럽게 낡은 것들, 똥차가 들어 젊은 사람들 꿈도 꾸지 못하게 하고 낡은 것들이 다음 세상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지랄.”

밥그릇 챙기려는 기득권층들은 젊은 자식, 어린 조카, 착한 후배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자리를 나눌 생각조차도 없이, 낡은 것들이 세상을 움켜쥐고는 지위를 악용해 유리한 법까지 만들고, 똘똘 뭉쳐 오로지 기득권 연장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전부 포기하는 수밖에. 한 마디 하면 호로 자식으로 몰아 마녀 사냥하고…”

세상 원망해본들 없는 돈에 술값만 들어 그마저도 포기했다. 세상이 거부해 전부를 포기 당한 준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돌아보는 것뿐이었다.

“등록금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 할 때의 나는 가진 자들의 노리개였다. 스펙 쌓으려고 인턴하는 동안에 도토리 키 재기 시키는 기득권의 꼭두각시였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세상이 좋다고 하는 것들만 골라 스펙을 쌓았지만 똑같은 것들끼리 싸우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이제는 면접 보려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조작하는 야망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한다. 쓸데없는 미친 짓이다.”

준호는 학자금 대출이자 때문에 영업사원 생활하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했다.

“결코, 꿈이 아니다. 피 끓는 젊음을 부추기는 난무하는 하찮은 야망의 노예가 되어 세상 생각 속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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