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같은 날 태어난 사람
<이준의 역학이야기> 같은 날 태어난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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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사람의 운명은 같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예전 게재된 내용으로 甲辰년, 辛未월, 己未일, 丙寅시에 태어난 세 남자의 삶이다. 한 사람은 거지, 한 사람은 이혼하고 그럭저럭 사는 사람, 한 사람은 잘사는 대학교수였다. 모두 같은 사주인데 저마다의 인생은 다르다. 왜 이럴까. 사주팔자론에서 왈가왈부 논쟁이 극심하고 급기야 사주팔자를 엉터리이고 믿을 바 되지 못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노력과 섭생과 절제이다. 아무리 좋은 팔자라도 마음 쓰기가 조악하면 인생도 조악하게 펼쳐지고, 아무리 나쁜 팔자라도 마음을 잘 쓰고 행실이 좋으면 무난한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좋게 살건 조악하게 살건 같은 팔자라면 인생의 리듬은 유사하게 전개된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명리탐원(命理探原)에 소개된 글이다. 어느 부대의 장군(將軍)이 자기부하의 부장(副將)과 사주팔자가 똑같음을 알고 매우 궁금하였다. 산속에서 수양하고 있는 도사를 초청하여 물었다. “선생님, 이 세상에 부귀한 자는 적고 빈천한 자는 많습니다. 사람들의 사주팔자가 다르고 타고난 운명이 서로 같지 않기에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사회적 지위가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부장의 사주팔자는 똑같은 데도 저는 장군이 되고, 제 부하는 왜 부장직에 머무르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도사는 답을 못하고 고심하며 돌아와 함께 수양하던 화두승(火頭僧)에게 얘기했다. 화두승이 말했다. “대체로 이 날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다 귀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날은 관색성(貫索星)이 명궁(命宮)에 조림(照臨)하여 있습니다. 만약 이날 어떤 사람이 옥중(獄中)에서 태어난다면 귀한 중에 틀림없이 더 좋은 부귀영달이 따르게 될 것입니다. 혹시 장군이 옥중(獄中)에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요?”

도사는 다음날 아침에 장군을 찾아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물었다. 장군이 대답하였다. “저의 어머니가 죄를 짓고 오래도록 감옥에 갇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옥중에서 저를 낳으셨다”고 말하였다. 도사는 머리를 끄덕이며 “장군이 귀하게 된 것이 옥중에서 출생하였기 때문”이라 말하고 화두승을 천거하였다. 태어난 날도 중요하지만 태어나는 장소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 역종기(易宗夔)의 신세설신어에 있는 이야기이다. 강희 연간에 사주사(史胄司)라는 사람이 율양에서 식구를 데리고 경사로 들어가는 중에 나루터에 정박하였다. 하필이면 그때 그의 부인이 배 위에서 아들을 낳게 되었다. 그 이름을 이직(貽直)이라 하였다. 또 그때 나루터 옆에 있는 대장장이 집에서도 남자아이를 낳는 것을 보았다. 두 아이의 팔자는 완전히 같았다.

20여년이 지난 뒤 사주사의 아들 사이직은 벼슬이 청금에 이르러 권세를 누리게 되었다. 사주사는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돌아갈 일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옛날 자기부인이 아들을 낳았던 그 나루터를 지나면서 자기 아들과 사주팔자가 같은 대장장이의 아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불현듯 궁금해졌다. 그 대장장이의 집은 여전히 옛날 모습 그대로여서 다가가서 집안을 살펴보았다. 대장간에는 얼굴이 흰 한 젊은이가 열심히 쇠를 때리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바로 자기 아들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대장장이의 아들이었다.

사주사도 자평술(子平術 즉, 명리학)에 정통했기에 두 아이의 팔자가 완전히 같은 데도 어째서 이처럼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두 아이의 사주팔자는 화기(火氣)가 매우 강하였지만 불을 제어하는 물(水)은 아주 적었다. 불기운을 조절하는 것이 팔자를 고치는 핵심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나루터의 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 수기(水氣)를 얻어 부족한 수기를 보충하였다. 그러나 대장장이의 아이는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의 집에서 태어나 계속하여 쇠를 달구는 불을 다루면서 불기를 더하였기에 불기를 조절하는 신묘함을 잃었으니 세상에서 출세하기 어려웠다. 즉 두 아이 모두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주팔자의 조후(調喉)가 다르게 조성되어 버렸던 것이다.

하여 같은 사주라 하더라도 태어나는 장소, 하는 일, 혈연, 지연, 학연, 사회적 인연 등이 자기의 팔자를 돕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세속에서 부귀영달을 누리느냐 빈천질고를 변치 못하느냐의 차이가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같은 팔자라 하더라도 마음먹기, 음양오행, 노력, 인연의 조화도 조후의 요건이 되어 다른 운명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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