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2)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2)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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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최대 희망이라는 꿈이 하찮은 야망에 불과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꿈은 포기하지 말 것을 외치지만, 힘없는 자는 꿈도 꾸지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야망을 부추기는 세상 생각 속을 떠돌던 준호는 결국 길을 잃어버렸다. 매일같이 부질없이 솟구치는 야망의 불길 속에서 폭풍의 갈등이 일고 운명은 일렁이지만 여전히 낡은 생각 속에서 맴돌았다.

단 한 번도 소위 말하는 재능을 발휘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준호의 가슴이 모처럼 뛰었다. 아버지의 ‘유등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처음에는 참으로 어색했다. 사춘기 시절 이후 꿈을 잃어버려 쉽게 접근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이야기, 딴 세상 이야기에 전해오는 신화처럼 왠지 불편했다.

“꿈이라~?”

전부를 포기당한 준호가 잃어버렸던 단어속의 상실한 꿈은 낯설기까지 했다.

학창시절에 배운 꿈이 전부였고, 세상에서 단 한 번도 펼쳐 볼 기회마저 없어 잃어 버렸던 꿈은 사라지고 없었다. 세상 인간들이 멋을 내기 위해 말로만 외치는 꿈은 사치에 불과했고, 아무리 큰소리쳐도 꿈을 잃어버린 젊은 가슴은 타오르지 않았다.

준호 역시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어 은근히 자랑할 때 사용하는 고상한 개뿔이었다. 도대체 꿈이란 게 뭔지 알 수 없어 한동안 꿈속을 헤매고 다녔다.

유등축제 때 유등 불빛 아래서 친구들과 꿈을 이야기했던 철없던 시절 기억밖에 없다. 이후 나이 들수록 꿈 이야기를 하면 세상은 정신 나간 사람으로 간주했다. 생존이 걸린 취직을 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잠꼬대 같은 꿈 이야기는 짜증부터 나서 모두가 의도적으로 피했고, 결국 젊은 세상은 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준호는 컴퓨터 앞에 앉아 그렇게 잃어버렸던 꿈의 설렘을 찾으려는 듯 생각나는 대로 아득히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외치는 내면의 울림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버지만 꿈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기득권층에 속해 있는 아버지가 들려준 ‘유등의 꿈’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는 듯 철없던 사춘기 시절처럼 며칠 밤낮을 몸부림쳤다.

“나에게도 꿈이란 게 있었는데…….”

가끔 아버지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꿈을 잃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철없는 나에게 교훈을 삼으라고 할 때마다, 또 케케묵은 쓸데없는 옛날이야기 한다는 생각에 더 거칠게 반항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학창시절에 자신의 꿈을 유등으로 만들어 남강에 띄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젊음을 지체할 수 없는 어느 날 문득, ‘유등의 꿈’ 이야기는 소름이 돋도록 준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사춘기 시절에 유등 불빛 아래서 친구들과 꿈을 이야기했을 아버지의 꿈과 자신의 꿈이 철없기는 마찬가지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개천예술제 때 친구들과 유등을 만들어 남강에 띄운 아버지의 추억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 유등의 꿈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준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유등들이 하나하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득한 전설 같은 아버지의 추억의 유등 불빛 속을 부모 손잡고 거닐었던 어린 시절이 가슴속에서 등불을 밝혔다. 철없던 시절로 돌아간 준호의 머릿속에서 그 때처럼 상상이 번지기 시작했다.

“색다른 유등을…….”

학창시절 창작 유등을 만들 때도 색다른 유등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뭔가 개성 있고 튀는 유등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 자랑하고 싶어 열심히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개성 있는 건 너 자신이야.”

밥상머리에서 개성 있는 유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 순간, 아버지가 툭 던진 묘한 말이 귓전을 울렸다.

다음 날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준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폭풍의 갈등과 삶의 번뇌가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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