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의암(義巖)과 의령의 정암(鼎巖)
진주 의암(義巖)과 의령의 정암(鼎巖)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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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택 (의령군 부군수)
인류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낙동강 등의 유역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었듯이 남강(南江)유역 곳곳에서 발견되는 청동기와 가야시대의 유적은 서부경남의 역사와 문화 역시 남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최근 남강 주위에서 발견되는 공룡화석을 볼 때 남강의 역사는 인간은 아직 살지 않았던 아주 오랜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역민이 터잡아 살았던 곳이 남강이고 또 후세에 잘 물려주어야 할 남강이지만 늘 곁에 있어 왔기에 우리는 잠시 남강에 무관심하지는 않았을까. 남강이 지나면서 만들어가는 옥토는 우리의 삶터였고, 기암 절벽과 모래밭은 한여름 솥을 걸어 놓고 천렵(川獵)을 즐기는 놀이터였기도 했다. 소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달집을 태우던 곳도 남강이다.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는 서부경남의 원예농업 또한 이 늘 풍부한 물을 머금은 남강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

하천법상으로 국가하천인 남강은 경남 함양군 유림면의 함양 위천 합류점부터 함안군 대산면 낙동강 합류점까지의 144.59㎞이지만 전통적으로 너우니 아래부터 남강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덕유산과 지리산에서 각각 발원한 경호강과 덕천강이 ‘너우니(현 진양호)’에서 만나 남강이 되고 의령의 정암진(鼎岩津)을 지나 창녕의 남지 혹은 함안군 대산면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함양과 산청에서 발원한 남강은 진주와 함안, 의령을 지나면서 엮어낸 서부경남의 역사와 문화 가운데 하나는 진주의 의암(義巖)과 의령의 정암(鼎巖)이다. 남강이 너우니에서 시작된다고 보면 의암은 남강이 시작하는 데 있고 정암은 남강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크고 넓어서 정자를 지을 수도 없고 뾰족하거나 우뚝하지도 않아 빼어난 풍모(風貌)를 보여 주지는 않지만 남강 위로 솟아 올라 물길을 가르는 두 바위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곧 의암은 논개가 왜장을 안고 투신한 바위이며, 정암 주위는 곽재우 장군이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곳이다.

이러한 장소에 촉석루가 있고 정암루가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의암이라 부르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불렀을 것인데 아마 ‘촉석(矗石)’이라 부르지 않았을까 한다. 강 위에 ‘곧게 솟은 바위’라는 뜻이다. 정암(鼎巖)도 ‘솥바위’라 하여 ‘솥’과 관련한 전설이 있지만 ‘물 위로 솟은 바위’라는 뜻의 ‘솟바위’라는 설도 있다. 진주와 의령 사람들이 붙였을 이름이지만 분명 서로 통하는 데가 있는 듯하다.

논개가 없는 의암, 곽재우 장군이 없는 정암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저 물 위로 솟은 작은 바위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두 바위는 그 주위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 배어들면서 우리 지역의 중요한 유적지가 되었다. 정암의 경우 삼성과 엘지 창업주의 고향 근처에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점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남강의 가치 또한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가치와 함께한다.

/김성택·의령군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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