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 유등의 꿈 (3)
<박응상 연재소설 > 유등의 꿈 (3)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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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유등들이 하나하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득한 전설 같은 아버지의 추억의 유등 불빛 속을 부모 손잡고 거닐었던 어린 시절이 가슴속에서 등불을 밝혔다. 철없던 시절로 돌아간 준호의 머릿속에서 그 때처럼 상상이 번지기 시작했다.

“색다른 유등을…….”

학창시절 창작 유등을 만들 때도 색다른 유등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뭔가 개성 있고 튀는 유등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 자랑하고 싶어 열심히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개성 있는 건 너 자신이야.”

밥상머리에서 개성 있는 유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는 순간, 아버지가 툭 던진 묘한 말이 귓전을 울렸다.

다음 날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준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폭풍의 갈등과 삶의 번뇌가 더 깊어졌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개천예술제의 일부분으로 시작됐다가 확대되어 독립적인 축제로 점점 발전해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한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과 비슷한 축제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축제들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외면 받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현실적 고민도 있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

준호는 다른 축제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색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해 축제의 재미를 더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된다는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것으로 아이템을 잡았다.

“살아 움직이는 유등을…”

가장 핵심적인 아이템을 정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는 유등들이 팔다리만 움직인다 해도… 이왕이면 다양하게.”

보는 재미는 좀 더 색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동안 보았던 추억속의 유등이 살아 움직이는 상상을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의암바위에 걸터앉은 인어공주 유등 앞에서 거북 유등과 비단잉어 유등이 남강 물속을 유유히 유영하다 물 위로 뛰어올라 눈부신 빛을 내고, 밤하늘로 높이 솟구친 돌고래 유등이 몇 바퀴 회전하여 첨벙하고 내는 물소리는 가을 밤하늘에 울릴 것이고, 흰 고래 유등이 물결을 일으키며 남강 물속에서 어른거리는 유등 빛을 내며 이리저리 노닐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준호는 생각했던 것들을 종이에 그리고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간단한 것부터 움직이는 유등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 점점 대담해진 준호의 생각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쳤다. 오래지 않아 ‘하늘을 나는 유등’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날아다니는 봉황 유등의 날개와 긴 오색 깃을 그리고 전설에 나오는 용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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