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4)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4)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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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봉황이 남강 위를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는 동안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났다.

어릴 적 종이학을 접어 손에 잡고 달리면서 날갯짓을 한다는 상상을 하면서 놀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운동장에 날려 보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비행기 유등이 남강 위로 날아다니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비행기 유등을 그렸다.

헬기, 우주선, 비행접시 등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를 가진 것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몇 날 며칠 밤낮으로 유등의 꿈을 만들던 준호는 큰 아이템들의 초안을 완성했다. 시작은 장난처럼 했지만 대담해진 상상이 창조해낸 유등은 수 없이 많아졌다.

다음 단계로 현지답사를 하기로 했다.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결국 창작등 연구소에서 유등 예술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민지와 같이 하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 데이트 신청하기로 했다. 그 동안 처박혀 취직 공부하느라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는데, 이참에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준호는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반복되던 골치 아프고 재미없는 취직 문제에서 벗어나면 서로가 이야기할 게 많을 듯 했다.

“그녀와 함께 축제를…….”

뭔가 알 수 없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민지와 만나기로 한 중앙시장 먹자골목의 토요일 초저녁은 분주했다. 기성세대가 기회조차 주지 않아 돈이 없는 청년 준호의 호주머니 사정을 아는 민지 역시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주 몇 병에 고추전과 순대, 오뎅 국물 등으로 푸짐하게 차려 놓고 오붓하게 이야기하다 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기 좋은 곳이다. 준호와 민지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가게마다 각양각색의 유등에 불을 밝혀 놓은 운치 있는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약탈자들 때문에 시장이 들끓고 있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들이… 우리는 피땀 흘렸어, 임마.”

진주 중앙유등시장 상인들이 가진 자의 횡포를 개탄하느라 온정 넘치던 시장 분위기는 험악해져 있었다.

“뭐 저런 기 있노, 한 입에 꼴딱 할라꼬 덤벼. 그기 어떤 긴 줄 아나.”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특집 뉴스를 보는 사람들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약탈해 가다니… 힘없는 사람들 서러워서 살것나.”

“가만있는 사람을 왜 찝적거려… 횡포 부리는 기가, 뭐꼬.”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서울등축제가 모방 여부를 둘러싸고 진주와 서울 사이에 다투는 특집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TV 화면이 유등을 비교해 한 화면에 보여주는 김시민 장군의 유등은 서울 객지 가서 출처도 없는 요상한 장군으로 변해 있었다.

“목숨까지 받쳤는데…”

서울은 조선의 장군이라고 자랑하며,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 장군의 충정마저 흐려놓고 있었다. 서울 측 관계자의 인터뷰는 서울 등축제는 모방이 아니라 독자적인 축제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미쳤나…”

꾹 참기도 어려운 듯 힐끔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어~이, 더는 쎄우지 마라. 좋은 말할 때… 얼굴 붉히기 싫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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