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5)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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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축제에 참여하고 싶으면 진주도 다른 도시처럼 신청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인터뷰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더럽게 굴기는…”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거룩한 명분에, 나라에 좋은 일이니까 빌려줬더니… 약속을 저버리고 욕심을 부려?”

한류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축제답게 ‘운치 있고 색다른 유등축제의 맛’을 본 도적떼들이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겨레를 지킨 애국충절을 정치판에 팔아먹어… 매국질을 하는구나, 지랄! 대한민국을 팔아서라도 정치 목적을 이루겠다는 거지.”

뭐든지 자신들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팔아 세상이 보는 앞에서 약탈할까 싶어 욕이 나왔다.

“저질들!”

“중소도시 진주가 열악한 재정과 녹록치 않은 경쟁 속에서 시민들이 땀 흘려 한마음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켰는데, 돈과 인력 등에서 절대 우위인 서울이 한순간에 베끼어 지방의 독창성을 빼앗으면 지방축제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부진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명확하게 꼬집었다.

준호는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순박한 마음을 악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뜨거운 마음으로 붉은 빛을 내는 진주 남강변 소망등 터널이 서울 가서 푸른색 터널로 변해 차가운 빛을 내고 있는 비교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치사하게 꼼수를 부려? 색깔 바꾼다고 똥이 황금 되나, 짝퉁들.”

뉴스를 보는 시민들의 원성이 점점 더 높아졌다. 베낀 것으로 무슨 세계적인 축제를 운운하느냐고 성토했다.

“더러번 놈들!”

역사적 가치와 순국의 정신을 모독하는 짓을 개탄하며 쓴 소주잔을 기울였다.

“같은 하늘아래 살려면 맨 정신으로 살 수가 없는 거여.“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약탈해 가는 것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왠지 부끄럽고 지저분한 생각이 솟구쳐 쓴 소주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왜 남의 등축제에 시비를 거는지….”

“개자슥들 아이가.”

뻔뻔하게 계속 다르다고 우기는 서울 인터뷰가 나오자 사람들 눈빛은 갈수록 더 사나워졌다. 하지만 우롱하는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진주분들, 이해할 수 없네요. 서울은 상생하자는데 계속 우기는 건 아니죠.”

“못때 처먹었네. 어디서 뒤집어씌우고 지랄이야. 잔대가리 굴리지 마.”

말로서는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소주잔을 비운 민지가 잔을 건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구역질난다. 없는 사람들 대변자를 자처하는 놈이 힘없는 사람들 거 뺏어가…”

평소 자신의 철학이라며 핏대 올려 남의 욕하던 시장이 힘없는 사람들 거 빼앗는데 앞장서고 있어 기분이 더러웠다.

“갈등을 조장하지 않겠다.”

만천하에 큰소리치며 약속해 놓고 서민들 마음을 얻는데 악용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놓은 사람이 갈등을 부추기며 고작 한다는 소리는 더 교묘하고 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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