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7)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7)
  • 경남일보
  • 승인 201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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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측이 다른 축제라고 계속 주장했다.

“하, 기가 차서. 쎄울 기 따로 있지, 임마.”

준호는 창궐하는 이기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두려웠다.

“무정부 시대도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대표축제를 베끼고 우기다니.”

어떤 선을 넘어선 것이었다. 막하는 시대라지만 경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막춤 추자꼬…정부 자체를 부정한다는 기가 뭐꼬…그래갔고 또 우짜긴데?”

대한민국의 대부분을 가진 거대 공룡 서울이 중소도시 진주 문화를 말살하고 있었다. 평소 홀대받던 지역감정까지 불거져 나왔다. 많은 걸 잃어버린 어른들 이마에는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가진 자들의 막하는 횡포에 시달린 백성들 원성처럼 뿌리 깊은 원망을 끌어 부었지만 달리 방법 없는 힘없는 아우성은 메아리도 없었다.

특집뉴스 말미에 진주 사람들이 천리 길 서울까지 가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문전박대 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세상 더럽게 돌아가네. 인자 세상 디비졌네. 바라마. 너것들 와야 할 끼다.”

숨어서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확 구마, 속이 디비져서 미치삐것네. 아, 더러버서 같이 몬살것네.”

수염까지 기르며 터득한 수법으로 고작 서민들 우롱하는 쇼 부릴 게 뻔했다.

“약탈한 건 애당초 논의대상이 아니다.”

약탈한 걸 가지고 상생하자고 속임수를 쓰고, 힘없는 사람들 꿈을 짓밟았다.

대한민국 최대 도시 수장답게 잔대가리 수법도 고수다웠다. 수염을 길러 도통한 사람 흉내를 내는 고도의 술책을 부렸던 시장이 수염 길러 고작 속임수에 도통했다는 생각에 서글프기만 했다.

“권력자는 약탈을 지시하고, 충성파는 출세를 위해 힘없는 사람들 꿈을 겁탈하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자랑스럽게 여기는 족속들.”

약자를 돕겠다는 말에 속은 게 억울했지만 매번 같은 수법에 놀아난다는 건 항상 부끄러웠다.

“서울이 등축제 한다고 남강유등축제의 전통성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의견으로 두둔하고 “남강유등축제 가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편했다.”며 은근히 흠집 내는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개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강유등축제가 뭔지도 모르는 기 씨버리기는. 너거 조상을 지킨 애국충절이다, 이놈들아. 나라 정신을 정치판에 팔아먹으면 망한다.”

“똑같은 새끼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산다고 입맞춤까지 했나 보네. 서울 하늘은 눈을 감고 있나, 하늘 무서번 줄 모르는 것들이 설치면 벼락을 쳐야지.”

울분을 삭힐 방법이 없어 겨우 소주로 달랜 서민들의 입에서 쌍욕이 터져 나왔다.

“저 새끼가 더 나쁜 놈이야. 싸움을 붙이고 있어.”

언제나 강자를 편들고 나섰다. 교묘히 약탈자를 두둔하는 말종인간들 때문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약탈하는 데도 힘없는 사람 두 번 죽이며 약탈을 부추기고 나섰다.

“믿었는데… 너 역시 기대했는데, 쇼였구나. 약탈자들 욕하면서 배운 게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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