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9)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9)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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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서툰 사투리로 옆자리 아저씨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출세하고 나면 배신하는 잡것들 횡포 막는 법을 서민들이 앞장서 만들어야지.”

특허 등록한 것도 아니고, 등축제는 보편적으로 하고 있으니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서울 측 관계자의 인터뷰가 나왔다.

특집 뉴스 끝 부분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아나운서의 안타까운 분노의 목소리가 허탈하게 만들었다.

“온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약탈해도 방법이 없다니, 법은 뭐하고 있노?”

“확 구마, 매가지를 비틀어 때기를 치삘라.”

성질 같으면 당장 서울 가서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울분을 삭히고 술을 마실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7만 백성들이 목숨 바쳐 싸운 공도 모르는 자슥들아, 돈 있다고 그러면 못쓴다.”

아저씨는 민지에게 술잔을 건네 소주를 따라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사람들 마

음이 하나로 뭉쳐지고 있었다. 일본이 침략하고 약탈하자 백성들이 뭉치듯, 그 날의 정신을 기리는 듯 한목소리를 냈다.

“힘 있는 놈들 앞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고 벌벌 기는 것들이… 개뿔, 좀 있다고….”

“약한 놈 거 뺏어 먹는 게 인간세상 이치야. 센 놈한테 덤비다간 죽는데 납작 엎드리지. 저런 기 그런 건 더 잘하는 기라.”

술잔을 비울 때마다 준호는 저것들 콧대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기 티 나와가꼬 나라꼴을 망쳐도 유분수지, 남살시럽다.”

번듯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중심지에서 베낀 걸로 잔치를 벌여놓고도 아무런 가책도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한류 문화를 부흥시키겠다고, 지랄하네. 베낀 걸 가지고.”

가진 자들의 횡포 앞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정의가 죽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치가 떨렸다.

“왜 내가 부끄러운가?”

약탈해간 것들은 큰소리치는데, 빼앗는데 성공했다고 축배를 들고 있는 지저분한 인간들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가 의문이 일었다.

“공범들이 문제야. 약탈한 걸 쳐다보는 양심의 눈이 먼 것들이 문제지. 약탈한 것을 보고 즐기고 자빠져 있는 공범들이 더 나쁘다.”

준호는 평소 서민들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던 사람들이 등축제를 보고 즐거워하는 화면이 떠올라 비참했다.

“약탈한 등불을 보는 순간 최소한 구역질이라도 나야 하는데…”

술기운이 오른 민지가 딸꾹질을 하고는 빈 잔을 건네며 일장 연설을 했다.

“미친 것들! 약탈한 놈들이나, 박수 치는 잡것들이나, 뻔히 알면서 놀고 자빠지는 떼거지들이 난장판을 벌리고 있으니 속이 뒤집어져. 그 앞에서 좋다고 사진 찍어 대는 것들 하고는… 세상 더럽기는 매 한가지야.”

잘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던 그 순간이 자꾸 떠올라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피 같은 세금을 약탈하는데 써도 잘했다고 박수치는 떼거지들인데 무슨 말을 할까. 약탈하는데 쓰라고 세금까지 갖다 바치고, 누구는 봉황을 품고 있겠지,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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