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수치의 양면성에 대하여
통계 수치의 양면성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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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부산발 교육혁명이란 말이 있다. 부산교육청의 새로운 교육혁신 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교실수업 개선 같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을 보며 당시 스스로 많이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 부산발 교육혁명의 핵심적인 내용에 독서지원 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독서 인증제’를 말한다.

부산시 교육청이 ‘재미있는 책읽기’를 유도하기 위해 2004년 도입한 이 제도로 해서 부산 초·중·고생들의 독서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부산 학생들은 전국 평균치의 세 배인 연간 9.1권을 읽고, 서울 학생들보다는 7배나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학생이 책을 읽고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 그 책과 관련한 시험을 쳐서 통과되면 생활기록부에 그 독서 이력이 기재가 되는 것이다. 그 이후 많은 대학이 독서 인증제에 바탕한 독서 이력을 대학입시 전형에 포함시키기에 이르렀다.

학업중단 학생 급감에 부쳐

필자가 이런 사례를 인용하는 이유는 통계 수치와 실적의 양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과연 어느 정도의 통계를 보여야 하는가와 그 통계가 담고 있는 허위와 작위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산발 독서 인증제는 이른바 강제 독서와 거짓 독서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학교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강제로 책을 읽히고, 책을 읽지 않은 아이가 답만 외워 책을 읽은 것처럼 거짓으로 인증을 받는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독서 인증제는 그 교육적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독서지도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부산 학생의 독서량이 다른 시·도의 세 배가 아니고 한 배 반 정도였으면 어땠을까. 서울의 일곱 배가 아니어도 관심사가 될 수 있었을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변화가 조용히 일어났더라면, 애초에 만든 사람들이 강조한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어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갔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뉴스거리가 안 되어서 별 볼 일이 없었을까. 강제 독서와 거짓 독서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독서량을 늘려 정신이 건강한 아이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좋은 정책으로 남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통계 수치와 실적의 변동률이 정책과 시스템의 성패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민감하다. 그래서 심할 때는 그 통계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로 해서 정책이나 시스템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나 이 정책이 조기에 사라지게 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도내 학업중단 학생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3000명에 육박했던 것이 지난 7월말 현재 525명에 불과해 지난 해 같은 기간의 1603명에 비해 1/3로 줄었다. 2011년 3721명에서 2012년에 3166명으로 15%가 줄어든 데 비해도 올해 1학기의 학업중단 학생 감소 실적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를 떠나는 사유가 부적응이 36%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 도교육청이 학업중단 숙려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 그 성과를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 도의 숙려제 대상학생 중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성공한 학생이 26.5%로 전국 평균 21.4%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자 없는 삼문고의 혁명

김해 장유에 있는 삼문고등학교는 한 학기 동안 한 명의 중도 탈락자도 없는 학교가 되어 삼문고의 혁명이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 이 학교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50명 안팎의 학업 중단자가 생기던 학교이기도 했다. 교육청의 정책적 뒷받침과 일선 학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필자는 학업중단 학생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대단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여기에 참여한 많은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다만 그 실적과 통계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일선에서 그 부작용에 대한 걱정들이 가끔씩 들리기도 해서다.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목표는 달성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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