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무더위 '희비 쌍곡선' 요동
유례없는 무더위 '희비 쌍곡선' 요동
  • 정희성
  • 승인 201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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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농민 '폭염에 비명' 대형마트·음식점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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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찜통더위 때문인지 진주지역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더워도 너무 덥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누가 이 날씨에 전통시장을 찾겠냐.”, “딸기 모종 심을 시기라 거름을 넣어야 되는데 요즘 너무 더워서 하우스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새벽과 저녁에만 일하니 작업속도가….”

이달 들어 경남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등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6.7도를 기록한 지난 11일 진주 중앙유등시장, 자유시장 등 전통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고 상인들은 더위에 지쳐 있었다.

연신 부채질을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상점 구석에서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는 얼마나 켜져 있었는지 찬 바람대신 미지근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왁자지껄 흥정 소리가 넘쳐나야 할 시장은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퍼졌다.

상인 A씨는 “날씨가 미쳤어. 더워도 너무 덥다. 날씨마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 날씨에 누가 시장을 찾겠어.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주는 대형마트로 가지…”라며 푸념했다. 냉동칸도 없이 스티로폼 위에 쟁반을 놓고 생선을 팔고 있는 상인은 연신 차가운 물을 뿌리며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은 몇몇 시민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날 자유시장을 찾은 주부 윤모(52·하대동)씨는 “평소에 시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다. 저녁에 오거나 대형마트를 갈 걸 잘못한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더위는 농민들에게도 불청객이다. 산청군 단성면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정모(61)씨는 하우스에 딸기 모종을 정식(定植)하기 위해 거름작업을 해야 하지만 찜통더위에 하우스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너무 더위 일손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정씨는 “새벽하고 땅거미가 지면 작업을 한다. 그러니 작업속도가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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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찜통더위 때문인지 진주지역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찜통더위에 울상을 짓는 곳이 있는 반면 더위가 반가운 이들도 있다. 11일 찾은 진주지역 한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졌다.

가족단위의 쇼핑객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카트를 밀며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나눠 먹거나 냉동식품이 전열돼 있는 코너에서 물건을 꼼꼼히 살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예년과 비교해서는 손님들이 줄었지만 전달과 비교해서는 방문자 수가 늘었다. 아무래도 덥다 보니 전통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더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 박모(57)씨는 “집보다 시원하다. 피서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차례상 준비는 전통시장에서 하는데 보통 때는 대형마트를 찾는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전통시장에 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냉방용품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진주의 한 가전제품 대리점에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유명 삼계탕, 냉면, 호프집과 팥빙수 판매점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주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2일 점심시간 말복을 맞아 창원시 성산구의 한 삼계탕 전문집은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진주시 호탄동에 위치한 냉면집에는 시원한 냉면으로 잠시나마 더위를 쫓으려는 손님들로 넘쳐 났다. 대안동에 위치한 찐빵집에는 팥이 듬뿍 들어간 팥빙수를 먹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가좌동에 사는 강모(36)씨는 “너무 더워 입맛도 없고 해서 가족들과 냉면 한 그릇 하기 위해 왔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해가 진 저녁 초전동에 위치한 호프집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은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에어컨 바람과 시원한 맥주 맛에 이들은 밤이 깊어져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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