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4)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4)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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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개의 유등을 배치하겠다고 설명하는 준호의 코끝에 맺힌 땀방울이 노트 위에 떨어졌다. 민지는 맨손으로 준호의 코끝에 다시 맺히는 땀방울을 훔쳐 주었다.

“고마워.”

7만 유등에 정신이 홀려 있는 준호는 민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노트 여기저기에 유등을 그리고 설명을 쓰기 시작했다. 맨손바닥에 묻은 준호의 땀을 꼭 움켜쥐고 있던 민지는 자신의 코끝에 맺혀 있는 땀을 손등으로 톡톡 치고 있었다.

“땀에서 사람 냄새가… 이게 남자 향기?”

손등으로 코끝에 맺힌 땀을 훔치던 민지는 손바닥을 흥건히 적신 준호의 땀에 코를 처박고 깊숙이 향기를 빨아들였다.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성곽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고민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쳐다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 많이 걸어 다녀 아리는 발가락을 주무르느라 벗은 준호의 발에서 독한 양말 냄새가 났지만 민지는 싫지 않았다.

“맞아, 저 눈빛.”

흐트러진 준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던 민지는 광채를 내는 준호의 눈빛 앞에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보기 좋다, 열심히 하는 거.”

천수교가 보이는 서장대와 골동품 거리를 굽어보는 북장대를 돌아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서 한참을 올려다보며 진주대첩 당시 장군의 가슴속에서 불타올랐을 충절의 뜻을 한참동안 더듬었다. 북문으로 이어지는 진주성을 한 바퀴 돌아 나오자 두 사람은 배가 고팠다. 아픈 다리도 쉴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비빔밥 집에 갔다. 이것도 유등의 꿈에 나오는 프로젝트 일부이다. 진주의 명물인 비빔밥까지 먹어보는 체험을 직접 하면서 관광객 입장에서 유등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진주교를 건너면서 다리 중앙에 서서 남강 전체를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고, 그림도 그리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수첩에 메모했다.

천년광장 옆 대나무 숲속을 민지와 거닐며 여유로운 데이트를 즐겼다. 남강 둔치로 내려가 강줄기를 따라 예술회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민지와 나란히 걸어서 일까? 왠지 선선한 강바람 부는 남강 물위를 걷는 듯 했다. 예술회관 앞 강가 돌멩이에 나란히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남강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했다. 두 사람이 알고 있는 남강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젝트에 추가할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옛날 여인들도 남강 변을 거닐고, 속삭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속마음을 옛날 여인을 빌어 전달했다.

“전설에 나오는 사랑을 해 봤으면…”

넋을 놓고 유유히 흐르는 맑은 강물에 손을 담궈 물결을 일렁이는 민지를 향해 강물을 튀겼다. 입술이 튀어 나온 민지도 지지 않고 강물에 깊이 손을 넣어 두 손 모아 가득 퍼 올린 남강 물을 뿌렸다. 얼굴에 물을 뒤집어 쓴 준호가 물을 뿌리고 민지는 얼른 도망쳐 남강 둔치 잔디밭 위로 내달렸다. 달리던 민지가 갑자기 멈춰 섰다. 강 건너 뒤벼리 절벽을 쳐다보며 폭포수가 떨어지면 참 좋겠는데,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좋은 아이디어를 수첩에 메모했다. 뒤벼리 절벽과 예술회관 주변에는 많은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여백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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