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5)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 (15)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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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흘리며 준호와 현장답사 핑계로 모처럼 데이트를 즐긴 민지는 늦은 밤 책상 위에 있는 새내기 시절 찍은 사진을 보고 옛 생각에 젖었다.

“풋풋해졌어…”

민지는 대학 새내기 동아리 활동하는 동안 준호의 독특함에 끌렸다. 준호는 뭔가 남달랐다. 학생들 대부분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도서관에 처박혀 스펙 쌓는 동안 준호는 뚜렷한 자신의 꿈부터 찾아야 한다며 캠퍼스와 세상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인간 최대의 꿈은 자기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인생 최대의 꿈을 찾아 방황하는 준호의 꿈은 애매했지만 방향은 뚜렷했다. 소주잔을 기울일 때면 ‘어디다 불을 지펴, 무엇을 달굴 것인가?’를 번민하다 취했다.

보기 드물게 깨어 있는 젊은이라고 생각한 민지는 준호와 같은 방향으로 인생 키를 잡고, 그 미지의 매력에 빠져 함께 방황했다. 뚜렷하게 자신의 꿈을 가진 사람을 은근히 좋아했던 민지는 모처럼 솟구치는 매력적인 흥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그 눈빛에 내가 반했지.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남자로 돌아온 거야.”

새내기 시절 겁 없이 설칠 때 맹렬히 타오르며 생동하는 준호의 눈빛을 보고 감탄했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느라 이마에 맺힌 땀을 자신도 모르게 훔쳐 줄 때 행복했다. 꿈을 실현하려고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준호와 같이 달리면서 민지 자신도 잃어버린 꿈을 되찾은 듯 했다. 아득히 깊숙한 내면 언저리에서 학창시절의 꿈과 이상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민지는 잃어버린 듯한 젊은이다운 꿈을 보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현실이 어렵다지만 무엇보다 같이 힘을 합친다면 못할 게 없다 싶은 자신감까지 솟구쳤다. 유등 불빛처럼 밤이 깊어질수록 희망의 등불은 더욱 더 눈부시고 잠은 오지 않았다. 젊음이 끝장났다 생각했는데 다시 꿈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솟구쳤다.

“꿈을 펼쳐 보는 거야.”

민지는 설레는 내일이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짜릿한 쾌감이 얼마만인지 아득했다. 날이 빨리 밝아지기를 기다리는 희열, 꿈에 부풀어 태양이 빨리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거룩한 밤에 빛나는 별빛은 아름다웠다. 유난히 밝은 희망의 등불이 밤을 밝힌 내일 아침은 새로운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유유히 흐르는 남강 물결 속에는 충혼이 흐른다. 논개의 매운 얼을 기리는 논개제가 진주성과 촉석루에서 열리고 있었다. 왜장을 끌어안고 의롭게 순국한 넋이 유유히 흐르는 충절의 물결을 헤쳐 나가며 혼을 일깨우듯 물보라를 일으키는 남강수영대회는 장관이었다. 왜군에 맞선 백성들이 최후의 순간까지 혼을 다 바쳐 싸웠던 5월의 남강물결에 7만의 영혼이 일렁이고 있었다.

준호가 기획한 유등의 꿈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 민지는 활기찬 발걸음으로 준호의 손을 잡아끌었다. 남강 변에 있는 남강유등축제위원회 사무실로 들어가 축제 준비 위원장에게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내밀고 의논했다. 두 사람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현지답사를 통해 철저히 준비해서 자신감이 넘쳤던 민지가 생긋 웃으며 본론으로 들어가는 포문을 열었다.

“축제도 경쟁력을 가져야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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