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일보
  • 승인 201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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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스님 (단속사)
산과 들에는 약이 되는 풀이 심어져 있다. 그런데 이 풀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약초도 있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초도 있다.

말은 의미전달을 잘못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도리어 자신에게 몇 곱절 이상의 상처가 되어 되돌아오게 된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미안함에 어찌 할 줄 모르고 망설이고 있는데 지나친 말로 나무라면 상대방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화를 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말 한마디가 잘못 전달되어 오해가 되어 서로 마음의 상처가 남는 경우, 진솔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상대방은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편지로 인해 오해가 풀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 반성의 기회로 삼아 말이 전달하는 의미를 헤아려 보고 그 말의 뜻을 체험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깊은 산속 토굴에서 혼자 생활을 하면 이야기 할 상태가 없어 저절로 묵언을 하며 말 없는 말로 자연과 대화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길섶에서 자라는 잡초가 소리없이 다른 나무들과 식물들이 잘 자라게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 주고 나무들이 추운 겨울에 참고 견디는 이유 있는 그윽한 소리를 듣는다. 계곡 따라 흘러내리는 시냇물에서 정체되지 않고 항상 새롭게 변화하는 소리를 전해 듣는다. 어떠한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고 묵묵히 무심하게 앉아 있는 거대한 바위도 한 소식을 전해준다.

한적한 곳에 소리 없이 피어오르는 야생화에서 그윽한 향기를 맡으며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하는 소리 없는 소중한 말을 귀담아 들으며 시간여행을 따라 말의 의미가 익으면 곧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말은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자신이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배어 있어야 한다. 자신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며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말만 자꾸 되풀이한다면 과연 자녀들이 쉽게 공부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면서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너나 잘해’라고 비웃으며 시끄러운 잔소리로 치부할 것이다. 자신이 평소에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 주고 부지런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녀들은 당연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으로 나날이 즐겁게 생활하여 발전하는 모습을 주위의 사람들이 보면 그 변화된 모습을 보고 자신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이렇듯 체험으로 깨달은 진실된 혼이 담긴 말은 상대방에게 무한한 감동을 받게 하여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하는 힘이 들어 있다.

무주스님 (단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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