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18)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18)
  • 경남일보
  • 승인 20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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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하는 시대에 젊은이들이 뭘 할 수 있겠나. 순진한 저 친구들에게 뾰족한 수가 없으니 막하는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막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막시대를 사는 방법은 더 막해서 성공만 하면 전부 다 용서하고, 오히려 영웅 대접 받으니… 새로운 거 창조하느라 인생 낭비 말고, 막하는 방법을…’

막시대를 살면서도 새로운 꿈을 꾸는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는 분노에 타오르는 눈길을 흐르는 남강을 보며 겨우 식혔다.

어른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막하는 시대를 사는 모두는 말을 잃었다. 7만 영혼이 물결치는 남강을 한참동안 내려다보고 있던 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스산한 강바람이 가슴속을 헤집어 들었고, 귓전에는 영혼들의 외침이 아련히 들렸다.

“권력을 등에 업고 남의 꿈을 훔친 도둑놈들이 돈 잔치를 하려고 하니, 쯧~쯧.”

민지는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려고 했던 립스틱에 침이 튀는 것도 모르고 속에 맺힌 것들을 토해냈다.

“더러번 것들!”

“수염 길러 얄팍한 신비주의로 민중들 희롱하고, 힘없고 순진한 사람들 선동하지.”

동정심을 자극해서 권력을 쥐려는 잔꾀에 속았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인간들이 나쁜 짓은 더하니… 없는 사람들 대변한답시고 벼룩의 간을 빼 먹다니.”

축제를 직접 총괄하는 책임자는 약탈당한 사실에 대한 울분으로 화병이 든 듯 맺힌 것을 마구 쏟아 부었다.

“없는 사람들 호주머니 동전 털어내려고 아름다움을 선동하는 잔꾀도 부렸지.”

과거 행적들 하나하나가 위선이라는 생각에 속았다는 분개는 계속 일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동정을 사고, 없는 사람 호주머니 털어 먹고 사는 폭도들.”

믿음이 무너지기는 민지 역시 마찬가진 듯 험악한 말을 쏟아냈다.

“약자들 도와주겠다며 자기 잇속 챙기는 꼼수 부린 잡놈. 없는 사람들 부추기는 아름다운 악질들에 놀아난 걸 생각하면…”

위원장은 수차례 경험했던 사람처럼 젊은이들보다는 다소 초연했다,

“세상을 가지고 놀았지 뭐. 약자들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약점을 악용하는 추잡한 놈들.”

세상이 그렇게 더러운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그런 애매한 표정으로 울분을 삼키는 듯 했지만 그래도 마구 솟구치기만 하는 분노에 스스로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법으로 가도 돈이 없으면 지는 거야. 그들은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뺏어 갈 거야. 그걸 노리고 기다리는 놈들이지. 돈으로 법을 사 버리면 이기는 자본주의잖아.”

젊은 준호는 그래도 세상을 믿고 싶어 타는 입술을 핥으며 눈에 힘을 주었다.

“양심 있는 세상 사람들이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여론은 자기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거야.”

하지만 위원장의 경험으로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은 믿지 않았다.

“숫자 싸움이지. 애당초 인류 역사에 정의는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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