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은 흥겹고 상모꼬리는 춤을 추네
농악은 흥겹고 상모꼬리는 춤을 추네
  • 여선동
  • 승인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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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작품] <12>함안 화천농악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함안화천농악은 ‘신명과 흥’으로 농민들의 고단함을 풀어주던 농촌문화의 산물이다. 함안군 칠북면 화천리 전수관에서 전승·교육되고 있으며, 지신밟기와 풍년굿에 중점을 두고 있어 풍농·안택 축원기원설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함안 화천농악에서는 농악의 제의적 측면과 유희적 측면이 모두 존재하는데, 제의적 측면은 재액초복의 지신밟기, 유희적 측면은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신명나는 판굿에서 나타난다. 제1회 경남전통예술축제를 앞두고 농촌종합예술인 함안화천농악에 대한 내용과 유래,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화천농악1


◇작품 내용

모두 12마당으로 이뤄진 화천농악은 완전히 연기하는데 1시간 20분의 장시간이 소요된다. 첫째마당은 공연에 앞서 준비하는 과정으로 간단히 덧배기 장단, 영산다드래기 장단을 치는 어부름굿이며, 두 번째로 전원이 상쇠의 가락에 맞춰 일렬종대로 행진하는 길굿, 인사굿이 이어진다.

세 번째는 살풀이가락에 맞추어 원형으로 돌며 춤추는 살풀이 굿, 네 번째는 덧배기가락으로 소고는 상모놀이, 법고는 법고놀이, 잡색 등은 제작기 장기놀이하는 덧배기 굿, 다섯번째로 사방의 지신에게 제를 지내는 사방오토지신굿이 펼쳐진다.

여섯 번째 팔진치기 굿은 상쇠를 선두로 덕석말이처럼 작은 원을 사방에 만들었다 풀었다하게 되며, 이어 상쇠의 신호에 따라 두줄의 형태를 만드는 진놀이 굿, 상쇠의 신호에 따라 부쇠, 종쇠가 같은 줄에 있는 치배를 치배별로 원으로 감아 차례로 돌아 나오는 고사리꺽기 굿이 진행된다.

아홉 번째로 빠른가락으로 원형으로 진행되는 영산다드래기굿, 열 번째로 전원이 원형으로 돌며 ‘호호’ 하고 외치는 호호굿, 열한번째로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농사 기원굿과 개인놀이굿에 이어 마침굿을 끝으로 12마당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화천농악2


◇유래

함안 화천농악은 경남 함안군 칠북면 화천리에서 예부터 전해오는 농악으로 그 역사는 알 길이 없으나 마을의 역사가 오백년 이상이고 대대로 농사에 종사하는 농촌 마을이며두레의 성격이 남아있는 점으로 미루어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화천리는 농사를 짓는 지역이기 때문에 과거부터 농민들이 풍농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 이때 마을 앞에 가장 오래된 큰 고목을 골라 그 나무를 당산나무(수양버들)로 받들고, 마을사람들이 모여 농악을 위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연희 시기는 정초, 5월 단오, 7월 백중, 9월 그믐날, 10월 초하루, 12월 보름날에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드리고 당산나무 주위에서 농악을 연행했다. 정월 초삼일에는 지신밟기 매구를 쳤는데, 화천마을의 지신밟기 매구를 칠 때는 흥이 많은 마을 장정 남녀들이 참여하여 사대부, 팔대부, 포수 등으로 가장했다.

5월 단오에는 능수버들의 그늘에서 마을 사람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바탕 놀며 곧 다가올 농사 채비를 했다. 본격적인 농번기에는 마을 사람들이‘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농기를 선두에 세우고, 풍물을 울리면서 일터로 나갔다. 이는 모든 일꾼들에게 일할 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흥을 돋구는 역할을 했다.

7월 백중날이 되면 마을사람들이 정성껏 음식을 차리고 농악을 쳤고, 9월 그믐날에는 추수를 마치고 풋살이라 하여 마을사람들이 한바탕 농악을 쳤다. 10월에는 마을 당제를 지낼 때, 그리고 12월에는 한해를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농악을 울렸다. 이처럼 함안화천농악은 세시풍속의 하나로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화합하는 중심체였다.

화천농악


◇편성

함안화천농악은 세시적 마을굿으로 연행되어 오다가 1945년 8.15 광복 후 농악단을 조직하여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보존회의 회장으로 차구석(車九碩 1940년생)외 단원 5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쇠에는 3명, 징에는 4명, 북에는 5명, 장고는 6명, 소고에는 12명, 법고에는 10명, 잡색은 6명이다. 잡색을 살펴보면 대포수, 양반, 중 춤쟁이, 가장녀(각시), 하동, 농부춤쟁이다.

기수의 구성을 살펴보면, 용당기1명, 표지기1명, 농기1명, 영기 2명이 있다. 치배 및 잡색의 순서는 영기-용당기-표지기-농기-호적-쇠-징-북-장구-상모-법고-양반-가장녀(각시)-포수-하동-중춤쟁이-농부춤쟁이의 순서이다. 함안화천농악을 비롯한 영남농악에서는 장구보다 북이 앞에 선다. 그 이유는 다양한 북가락이 발달했고, 다양한 쇠가락으로 인해 북이 원박을 정확히 받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천농악


◇특징

화천농악은 현재 연희하고 있는 내용으로 미루어 지신밝기, 두레굿의 성격과 조직적인 농사를 고무하는 오락성을 지닌 농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구성지면서도 씩씩한 영남 서남지방의 농악의 특색을 잘 살리고 있으면서도 편성과 내용 및 예능적인 면에서 경남의 다른 농악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려한 쇠가락을 들 수 있는데, 살풀이가락, 덧배기가락, 영산다드래기에서 다양한 변주가락과 타법이 나타나며 박동욱의 삼접엇가락은 타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가락이다.

또 투박하지만 놀기 위한 배김가락, 맺고 푸는 춤가락이 발달했다. 이는 함안화천농악이 전형적인 두레농악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농악이 아니라 자신들이 즐기기 위한 농악으로 농사로 인한 피곤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

경상도지역의 상쇠들은 꽹과리 두께가 두텁고 강해서 탱탱 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전승자인 박동욱(상쇠)씨는 쇠채를 두꺼운 것을 사용하고, 꽹과리 두께는 얇은 것을 사용하여 쇠소리는 고음보다 저음이며, 시냇물이 흐르듯 고요한 소리를 냈다.

함안화천농악의 상모는 길이가 다른 지역에 비해 꼬리가 길고 무겁운 납덩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람에도 잘 돌아간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는 상모 돌리는 원이 하나로 나타나지만 함안화천농악의 상모 원은 상모 꼬리가 길기 때문에 작은 원이 하나가 더 생긴다.

함안화천농악은 두레형 걸립농악으로 지신밟기의 문서와 판굿이 발달했으며, 농사짓는 과정을 상모놀이로 잘 표현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나타나는 동작을 상모놀이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함안화천농악의 큰 특징이다.

자료·사진 제공=함안 화천농악보존회·(사)경남학연구원

화천농악


◇함안 화천농악을 만드는 사람들

◇쇠 : 배병호 이승예 이인영 ◇징 : 신미숙 정수화 정정웅 ◇북 : 우대식 손성열 김문성 장재호 김훈 홍성찬 ◇장구 : 박철 고창배 조정출 김선미 김지영 윤지연 ◇상모 : 권정현 강민우 이동욱 신회진 황혜림 장철현 정수진 하동호 ◇표지기 : 박배관 ◇농기 : 김복환 ◇령기 : 김기현 주원식 박배율 ◇태평소 : 김윤전 ◇양반 : 최종열 ◇대포수 : 김성옥 ◇각시 : 김미화

화천농악-20110710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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