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21)
<박응상 연재소설> 유등의 꿈(21)
  • 경남일보
  • 승인 201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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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을 동시에 잃어버린 준호는 다시 취직 공부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마음이 잡히지 않는 준호는 날이 갈수록 민지가 보고 싶었지만 연락할 명분이 없었다. 만나본들 취직 걱정에 그나마 가슴속에 남아 있는 좋은 감정에 금만 갈 뿐이었다.

하지만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취직 공부만 할 수밖에 없는 준호는 한편으로 꿈을 붙들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꿈을 품고 있는 준호는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앞이 캄캄한 준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속에서 빛나는 유등 빛을 응시하다, 가끔 끼이는 술자리에서는 여전히 유등의 꿈 프로젝트를 이야기했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돈 많은 사업가 선배를 소개 받고 며칠을 고민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게 아니라, 돈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돈 많은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돈 뜯어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축제한다고 하면 신물이 난다. 사업하는 사람들 축제 때문에 등골이 휜다.”

첫 마디부터 거칠었다. 기대가 무너지고, 미안하기도 한 준호는 듣고만 있었다.

“젊은 친구가 벌써 그런 것부터 배우면 못쓴다.”

부끄러워 차마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낯을 들고 그 선배를 볼 수 없을 듯 했다. 개인적인 욕심 없이 좋은 일 해보려다, 사기꾼으로 몰린 준호는 영혼에까지 상처를 입었다.

꿈이고 뭐고 모두 집어치우고 대가리 처박고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취직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방대학 나온 실업자의 꿈을 믿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준호는 ‘유등의 꿈’ 프리젠테이센 파일 뭉치를 갈기갈기 찢어 굽이쳐 흐르는 남강에 던져버렸다.

“에이~! 더러운 세상!”

아버지의 오랜 꿈이 찾아준 철없던 시절에 품었던 진정한 꿈을 다시 잃어버린 준호는 전부 다 포기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또 다시 예전처럼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단순히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게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기득권에 순종하고, 가진 자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얻어먹어야 하는 피 끓는 젊음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진 자들 꼭두각시 노릇하는 노예는 사는 게 아니다. 세상에 태어난 까닭과 인간답게 사는 이유가 못 된다. 깊숙한 내면에서 솟구치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없는 사람들을 잡아먹어야 출세한다는 생각들이 솟구치기도 했다.

“영혼을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험악한 세상. 인간이 왜 이렇게 추락해 버렸는지… 돈이 인간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지…”

준호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인간 세상을 원망했다.

“역사는 뭐 했는가? 인류가 하는 짓이 고작 돈의 지배를 받도록 하는 것인가? 잘 났다고 큰소리치는 인류의 지도자라는 잡것들이 지구촌을 망쳐 놓았어. 돈 받고 지구를 망친 지도자!”

인류의 지도자들 역시 돈의 노예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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