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꽃 무궁화길 만들기
나라꽃 무궁화길 만들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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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는 무궁화다. 원산은 중국과 인도이지만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정원에서 흔히 재배하는 낙엽 관목이다. 무궁화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을 의미한다. 무궁화는 꽃이 빨리 지지만 꽃이 지자 다음 꽃이 피니 매일 계속 수천송이가 피는 모습이 끈기 있는 민족성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국화가 되었다고 한다. 옛 기록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고조선 단군시대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신라는 스스로를 근화향, 즉 무궁화 나라로 불렀다. 중국에서도 과거부터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로 칭송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가까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강해서 시골 마을 사람들은 무궁화를 울타리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엔 무궁화 거리가 없는 듯싶다. 매년 산림청에서 나라꽃 무궁화 전시를 하고 있지만 어느 도시에 무궁화가 잘 심겨진 거리를 필자는 본 적이 없다. 국화인데도 말이다. 우리 지역엔 그 대신 배롱나무가 거리 곳곳에 어딜 가나 심겨져 있다. 지금은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어 보기 좋으나 그것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 배롱나무도 좋지만 나라꽃 무궁화가 피어 있는 거리는 없을까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광복절이 엊그제 지나갔지만 ‘무궁화 삼천리…’하는 애국가의 무궁화는 그닥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길에 뛰엄뛰엄 심겨진 몇 그루가 전부다. 무궁화가 배롱나무처럼 길에 심겨지고 가꾸어지는 것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 경남지역에는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대세다. 더 아래쪽으로 가면 후박나무가 우세고 봄이면 벚나무 꽃이 아름답다고 왕벚나무가 가로수로 일색이다. 필자는 올 봄 100년생 정도 되어 보이는 무궁화나무를 어렵사리 구해 마당에 심었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꽃은 작으나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나라를 생각하곤 한다. 필자가 무슨 애국자연 하는 것이 아니라 무궁화꽃을 보니 예사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극기를 보면 가슴에 무엇인가 차오르는 느낌을 받듯 무궁화꽃도 그렇다. 그런 무궁화꽃이 배롱나무처럼 가로수로 잘 자라고 있고 또 이맘 때 계속적으로 꽃을 피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 마음마다 애국심이 피어오를 것이고 또 꽃도 청아하고 어여뻐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꽃은 한두 송이 있으면 군락의 미를 즐기기 어렵다.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고 그것이 계속 보이게 되면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고 또 눈에 들어온 것이 마음으로 뇌리로 각인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게 된다. 지금 우리 지역에 심겨진 배롱나무와 같이 말이다. 어떤 거리에는 이팝나무가 열 지어 자라고 어떤 거리에 가면 감나무가 대세며 어떤 길을 가면 플라타너스와 왕벚나무가 그 거리와 도시를 상징하는 나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것이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되고 그 나무의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끼고 또 마당에 심게 되기도 한다. 그처럼 거리의 나무는 그 지역과 그 지역 사람들의 특성이나 인성을 나타내는 작용도 한다. 이따금 눈에 보이는 무궁화가 도로변에서 언뜻 보이면 보랏빛과 하얀빛으로 하여 여름을 시원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무궁화 거리가 없는 것이 아쉽다. 어느 곳에는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보니 특징 있는 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너무 흔하다보니 무궁화 거리를 조성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꼭 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적어도 관공서의 마당에라도 무궁화가 군락으로 피어 있었으면 싶다. 꽃은 한 두 송이 피어 있으면 그냥 청초하다는 의미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꽃들이 넓은 면적에 군락으로 피어있으면 그 감동은 더하다. 그래서 꽃나무를 모아심고 그 강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거리에 배롱나무가 아름다운 꽃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듯, 무궁화 거리를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녹아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우리가 늘 바라던 것이 아니던가.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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