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기 끝낸 농사꾼들 "한바탕 쉬어가세"
김매기 끝낸 농사꾼들 "한바탕 쉬어가세"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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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전통예술축제 참가작품] <14>밀양 백중놀이
▲밀양백중놀이 화합마당.
 
 
백중놀이의 주인공은 머슴들과 소농들이었다. 이들이 힘든 농사일을 어느정도 마치고 휴식하면서 펼친 축제의 마당이었다.

지주에 해당하는 부자들은 이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위치에 있었다. 축제가 열리면 소농들과 머슴들은 한때나마 마음껏 즐기고 먹고 마시면서 그동안 힘든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이와함께 부농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그들의 지난한 고통을 이해하고 격려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즉 지주와 소작인이 상생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편집자 주


▲유래와 전승과정

백중의 전통은 불교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날 아귀보를 받는 중생의 구제를 위해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열었는데, 불교의 수입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전파돼 고려시대에는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일반화된 행사였다고 한다.

이처럼 불교의 명절이었던 백중은 조선 후기에 이앙법(移秧法)이 일반화하기 시작하면서, 농업과 연관된 세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논농사에서 가장 고된 일인 김매기는 대개 음력 7월 보름을 전후하여 끝나는데, 농민들은 이를 기념하고 즐기기 위해 그들만의 축제를 열었고 그 시기가 백중과 겹쳐짐으로써, 불교축제인 백중에 농민축제의 성격이 덧붙여진 것이다.

백중은 음력 7월 15일을 말한다. 예부터 이날을 맞이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허물을 대중 앞에 들어 말하여 참회를 구하고 절에서 재를 올리며 불공을 드리는 큰 명절로 쳤다고 했다.

이때쯤 경상도지방에서는 농사일이 거의 끝나 농군들이 쉴 수 있는 좋은 명절이었다. 특히 머슴에게는 옷 한벌과 넉넉한 용돈을 주어 놀이를 하게 했다.

밀양에서는 이 날을 세서연 또는 꼰배기 먹는 날이라 하여 머슴을 부리는 주인집에서는 많은 술과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머슴들의 명절이라 하여 ‘머슴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농군들은 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면서 소를 타고 땀흘려 일한 들판을 바라보며 흥겹게 술을 마시고 노래했다. 농사일로 그동안 수고한 머슴에게 한바탕 휴식을 주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밀양지역에서는 그해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머슴을 뽑아 소에 태우고 동네를 시위하는 풍습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이같은 서민들의 애환을 갖가지 풍자와 익살로 엮은 춤이 놀이로 발전됐다.

다시 말해 지주계급과 양반들의 사역 속에서 평소에는 억눌려지내기만 하다가 세벌 논매기를 마치고 농사일을 거의 끝낸 해방감과 농사꾼으로서 풍년를 기원하는 마음이 융합되어 자생적으로 발생된 밀양지역만의 독특하고도 발전적인 민속놀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들어 지역축제인 밀양아랑제에 첫선을 보였으며, 1972년부터 경남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할 때의 명칭은 ‘병신굿놀이’로서 인사굿, 신풀이굿, 병신굿, 모듬굿 등을 연행하였는데, 그 뒤 명칭과 내용이 여러 번 바뀌었으며 1980년 제2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여하면서 놀이의 명칭을 ‘백중놀이’로 바꾸고, 내용도 오늘날 전승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수정, 보완됐다. 이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뒤 1980년 11월 17일, ‘밀양백중놀이’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가 됐다.

▲밀양백중놀이 양반춤


▲특징

밀양백중놀이의 특징은 7월 15일을 전후해 용날을 택하고 머슴들이 주체가 돼 농신에 대한 고사와 꼰배기참놀이, 세서연의 여흥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의미 있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 구성적인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작품내용

밀양백중놀이는 앞놀이, 본놀이, 뒷놀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앞놀이는 잡귀맞이굿, 모정자놀이, 농신제 순으로 진행되는데, 제의적 요소가 강한 놀이로 구성돼 있다.

본놀이는 앞놀이에 비해 극적 요소가 강한 작두말타기와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등의 춤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두말타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신명이 솟구치면 양반이 머슴들의 놀이판에 끼어들어 양반춤을 추는데, 이러한 양반의 모습이 못마땅한 머슴들은 양반을 놀이판에서 쫓아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병신춤을 춘다.

뒷풀이는 오북춤과 화동마당으로 구성되는데, 놀이꾼과 구경꾼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며 노는 대동의 장이다. 오북춤은 풍물잽이 중에서 다섯 명의 북잽이들이 나와 역동적이 춤판을 벌이는 것이다.
▲밀양백중놀이 농신제

△첫째마당(앞놀음)

농신제 고사장을 깨끗이 하는 뜻으로 오방신장을 불러 일으켜 잡귀막이굿을 먼저하고 모정자놀이를 해서 흥을 돋운 다음 덧배기춤으로 한바탕 놀다가 농신에 대한 고사풀이를 한다. 그런 다음 농신제를 올리는데 놀이판 가운데 겨릅대로 만든 농신대를 세우고 동네사람들이 쌀이나 콩 돈 축원문 등의 주머니를 주렁주렁매달고 동그랗게 둘러 서서 삼배하며 그해의 풍년과 오복을 빈다.

△둘째마당(놀이마당)

그 행의 농사 장원을 태울 작두말(지게목발로 만든 말)을 타고 나와서 말놀음을 하다가 다시 양반으로 분장하여 작두말놀이를 한다.

그리고 머슬들끼리 노는 놀이판에 별안간 양반이 뛰어들어 머슴들을 물리치고 거드름을 피우면서 춤을 즐기고 있는데 머슴들과 부엌에서 일하는 정지꾼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 갖가지 병신춤으로 양반을 놀려댄다.

이윽고 양반이 물러가고 서민들끼리 서로 어울려 격려하는 춤을 추고 있을 때 물러난 양반이 다시 흥에 겨운 듯 범부의 차림으로 나타나 독특한 몸짓으로 범부춤을 추면서 신나게 놀아제친다.
▲밀양백중놀이 범부춤

△셋째마당(신풀이)

북잡이들이 큰북을 메고 나와서 오북놀이를 한다. 다섯개의 북으로 이루어지는 춤으로서 이는 오행과 오기가 순조롭기를 빌며 오체가 성하고 오곡이 풍성하여 오복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긴 춤인데 특별히 밀양에서만 전승되는 것이다.

오북놀이에 이어 끝놀음으로 모든 놀이꾼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구경꾼들과 어울려 화동하는 춤을 추며 대단원을 이룬다.

등장인물의 분장을 보면 양반은 정자관을 쓰고 미투리를 신었으며 손에는 부채를 든다.
범부는 흰 고의적삼에 상투를 틀고 옷댕기를 매었으며 미투리를 신었다.
좌상은 돌매삿갓을 뒤집어 쓰고 띠우장을 거꾸로 입고 얼굴에 황칠을 한다.

수총각은 큰 삿갓을 들고 댕기머리를 걷어 올리며 머슴들은 흰 고의적삼에 상투를 틀고 고의는 걷어올렸으며 허리에 두른 새끼띠에는 논매기할 때 손가락 끝에 끼는 고동을 매달았고 짚신을 신는다.

이 놀이에는 앞소리로 부르는 농요 두가지가 있는데 모심기소리와 농신제 축원이다.

가사의 내용으로 봐서 모심기소리에는 양반에 대한 기롱과 서민의 정조가 내포되어 있으며 농신제 축원에서는 총각머슴의 소박한 소원을 기도의 주사로 담고 있다.

밀양백중놀이의 특징은 평소에 억눌려 오던 서민들이 춤과 익살로 양반을 풍자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악기도 사물 외에 물독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두드리는 물장고와 두개의 독을 맞대어 만든 사장고를 사용하는 점이 토속적이라고 하겠다.

춤사위 역시 밀양 특유의 덧배기 춤이 돋보이고 오북춤 병신춤 범부춤 등에서는 민속무의 독특한 몸짓이 담겨 있다.
 
▲밀양백중놀이 병신춤


◇밀양 백중놀이를 만드는 사람들

△보존회장 : 이용만 △예능보유자 : 박동영 하용부 △명예보유자 : 권경도 △전수조교 : 박종우 이용만 △이수자 : 최선희 안철수 김경호 송준호 이종태 추재천 박숙자 권오채 이필호 백선자 이갑늠 이순자 박자늠 신인자 김홍규 장환희 신종오 시선희 설진률 이종률 정재용 이재원 이영재 △일반전수자 : 박대곤 박화목 김손득 신용진 김해도 김말숙 김응달 김상규 김정광 김종대 한쾌득 우천기 백태근 도갑일 서성근

자료·사진 제공=밀양백중놀이보존회·(사)경남학연구원
▲밀양백중놀이 오북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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